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풍경’을 가려내는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 바로 공중파 TV의 방송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시간에 흘러나오는 애국가의 배경 화면을 찾아보는 겁니다. 장엄한 애국가의 선율 속에서 동해의 추암 촛대바위나 거제 해금강의 사자바위, 제주의 한라산 윗세오름 등의 절경이 화면 가득 펼쳐집니다.
대개는 명성이 알려진 익숙한 곳들인데, 어느 날부터 화면에 낯선 풍경 하나가 끼어들었습니다. 기운차게 솟아 있는 암봉 아래 암자가 제비집처럼 매달려 있는 풍경. 암자 아래쪽으로 구름다리가 걸려 있고, 구름다리 끝의 위태로운 암봉 위에는 종루가 앉아 있습니다. 과연 저곳이 우리나라가 맞을까 싶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전경입니다.
그곳이 바로 경북 구미 금오산의 약사암입니다. 돌탑을 쌓아놓은 건너편 봉우리에 올라서 약사암을 내려다봅니다. 우람한 암봉과 절집, 그리고 멀리 그 뒤로 펼쳐지는 마을의 모습이 어찌나 빼어나던지요.
하기야 약사암이 아니더라도 금오산에는 우렁차게 쏟아지는 대혜폭포도 있고, 깎아지른 암봉의 비탈면을 아슬아슬 다듬어 만든 길을 따라가면 나타나는 도선굴도 있습니다. 모두 다 빠뜨리면 아쉬울 곳들이지요. 하지만 이런 풍경을 보자면 장딴지 근육이 제법 뻑뻑해지는 가파른 산길을 차고 올라야 한답니다. 금오산은 해발 976m에 불과하지만, 길이 바짝 일어서 있어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아마도 애국가 배경 속의 약사암이 사람들 사이에서 덜 알려졌던 것도 이런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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