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풍자와 해학

병원이름이 '나는 아파요'

Sosahim 2009. 11. 20. 09:16

 

 

‘나는 아파요’ 병원을 아세요?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욕의 한 지역이 전구등이 일부 나가는 바람에 웃지 못할 이름으로 바뀌어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A섹션 31면에 흥미로운 사진을 한 장 실었다. 병원 건물 상단에 설치된 야광 간판의 전구가 일부 꺼지는 바람에 병원 이름이 우스꽝스럽게 되버렸다. 이 지역은 바로 ‘엠허스트(Elmhurst)’. 퀸즈보로에 있는 엠허스트는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정착한 곳으로 뉴욕한인타운의 원조 지역에 속한다.

여덟자의 영어 스펠링 중 맨 앞으로 ‘E'와 뒤쪽의 ‘s’의 전구가 나가면서 ‘Imhurt(나는 아파요)’가 되버린 것. 일반 건물이라도 화제가 될텐데 하필 병원건물이라서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나는 아파요’ 밑에는 작은 글씨로 ‘응급&트라우마 센터’가 새겨져 더욱 시선을 끌었다.

잭슨 하이츠에 거주하는 벤자민 쉬머러 씨(41)는 “전구 빛이 나간게 지난 15일부터다. 길을 지나는데 병원 건물 간판이 너무 웃겨서 집에서 카메라를 갖고와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힌트를 듣고 단어를 맞추는 퀴즈 게임인 “행운의 바퀴(Wheel of Fortune) 병원이라고 해야겠다”고 이죽댔다.

한편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병원의 다리오 센트로셀리 대변인은 “맙소사. 빨리 고쳐야겠네요”하고 당황해 했다.

타임스는 병원 이름이 이렇게 바뀐 것은 응급실에서 나오는 어떤 힘에 의한 업보가 아니겠냐며 병원에서 너무 긴 대기시간에 지친 환자들의 한숨을 대신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센트로렐리 대변인은 “그런건 믿지 않는다. 전구 몇 개가 나간건데요 뭘”하고 둘러댔다.

타임스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네온 사인이 고장나거나 의도적으로 이중 의미의 이름을 만든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간판들은 헐리우드에서 눈에 띄는데 가령 주택개발업체가 ‘헐리우드랜드’도 그같은 예이다.

92년 영화 ‘배트맨 리턴즈’에서는 캣 우먼이 ‘헬로 데어(Hello There)’에서 ‘o’와 ‘T’를 내리쳐서 ‘Hell here(지옥이 여기야)’라고 만들기도 했다. 또 TV 만화심슨 가족’에 나오는 ‘슬리피 이지 모텔(Sleepy-Eazy Motel)’도 ‘E’와 ‘P’, ‘E’를 없애고 러브호텔의 의미를 담은 ‘Sleazy Motel’로 바꾼 경우도 있다.

1942년 애봇 코스텔로 영화의 ‘누가 그것을 했지(Who Done It)’에서는 ‘타운젠드 펠프스에게 투표하세요(Vote for Townsend Phelps)’를 ‘도움을 주세요(Send Help)’로 줄였다가 ‘끝(End)’으로 맺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저지 보이즈(Jersey Boys)’에서 볼링 레인의 사인보드에 쓰인 ‘우리의 아들들(Our Sons)’을 ‘사계절(Four Seasons)’로 바꾸는 장면도 있다.

타임스는 엠허스트 병원이 위의 사례처럼 창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우리 병원 이름이 엠허스트인 것을 신에게 감사드려야겠다. 잘못하면 더 나쁜 이름이 될 수도 있지 않냐?”는 센토셀리 대변인의 마지막 멘트를 전했다.

이 기사를 쓴 뉴욕타임스의 제니퍼 리 기자는 “정말 엠허스트 병원은 운이 좋았다”며 “뉴욕장로병원(New York-Presbyterian Hospital)의 경우 전구 불이 대부분 꺼지면 ‘RIP(평화속에 안식)’이라는 세 자가 될 수도 있다”고 재치있게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