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모아모아

취업란은 계속된다...

Sosahim 2006. 4. 17. 16:22

봄 취업 시즌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경제지수로 보나 체감지수로 보나 그리 밝지 않은 미래를 예감케하는 요즘, 땅값 상승 등에 가려 청년 실업 문제는 은근히 뒷전으로 밀린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이제나저제나 집 안팎의 구박을 벗어나려는 젊은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으니…



이웃나라 일본은 대학 졸업자 100%가 취업되었다느니, 미국에 간호사 1만명이 진출하게 되었다느니 하는 별로 달갑지 않은 -적어도 평범한 취업 준비생에겐- 소식들이 날아드는 이 화창한 봄날에, 흩뿌연 황사 속에 피어난 벗꽃같이 화사한 취업 소식은 언제나 접할 수 있을지…



국가 전체의 경제가 살아야 한다는 대전제를 위해 각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일테고...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파란만장한 취업으로의 여정을 통해서 젊은 취업준비생들을 제대로 사회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취업관문에 도전한다는 것은 학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출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의 신입 멤버들에게 인터뷰 등을 비롯한 일련의 취업을 위한 프로세스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저 피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사회' 라는 것의 구동원리를 나름 깨닫게 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말이 어려워졌지만, 요는 '취업과정에서 겪는 사회적 첫 경험들이 사회 초년병들에겐 이후 삶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는 것이다.



청년 실업은 그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 전체의 가장 소중한 자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 경쟁력 운운하려면 이처럼 미래를 위해 가장 소중하달 수 있는 젊은 인력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개별적인 취업 전선에서는 단기적인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 모두를 장기적으론 모두 승자로 키워내야 하지 않느냐 말이다. 국가의 단기적, 장기적 경쟁력 모두를 위해 보다 공정하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취업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눈앞의 편리만을 생각해서 성의없이, 근시안적으로 채용 과정을 운용하지 말아주길 모든 크고 작은 기업들에게 부탁한다. 최신 설비 하나 더 사고, 수출 계약 하나 더 따내는 것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운용하는 것이 훨씬 더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의미있는 일임을 깨달아주길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이다.





부록: 몇몇 취업 실패생들을 위한 변명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여자 인문대 졸업생들에겐 살벌한 취업전선이다. 가장 '티오’가 적기 때문이다. 물론 다들 어렵고 힘들겠지만, 공대생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영역과 기회가 있고, 남자 인문대 졸업생들도 영업 등 여자 졸업생들 보다는 약간 운신(?)의 폭이 있다. 하지만 여자 인문대 졸업생들은 엥간해선 환영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게다가 혹 기졸업으로 취업 재수라도 하는 경우에는 그야말로 바늘 구멍 뚫기다. 아니 바늘만한 구멍이라도 있어야 뚫지, 항간엔 ‘차라리 시집가서 많은 후사(?)를 도모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에 일조하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 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떠돌아 다닌다.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그나마 겨우 얻은 몇 안 되는 면접의 허접한 추억이다. 업무와 관련된 질문보다는 신변잡기류의 질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물론 성차별 내지는 성추행에 가까운 질문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력서에 기재하게 되어 있는 가족 사항과 재산 보유 현황 등은 알 수 없는 피해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모든 기업이 그렇다고 보긴 힘들겠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의 면접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불합격 통보를 해주는 기업도 많지 않다. 연락이 없으면 그냥 안 된 걸로 알면 된다. 우리 기업들은 채용 과정이 기업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기성세대는 그런 사람들이려니, 사회는 의례 이렇게 부조리하게 흘러가려니 생각해 버리게 되는 우리의 청년들. '나 하나, 내 한 몸 잘나야지! 그저 잘나야 대접받고 사람 취급 받을 수 있어' 하는 까칠한 다짐으로 다음 면접 통지를 초조하게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