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피슬(Eric Fischl) 1948~
에릭 피슬의 그림이
외설적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단지 포르노 잡지 하나만을 집어들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인물들은 유혹적이지
않다.
벌거벗은 인물들의 외로움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그 감정만큼 성적으로 자극적이지 않다.
육체적이기 보다는 심리적인
벌거벗음이기때문이다.
그에게 성(性)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보다는 고독한 자기 발견과 자기 투영의 수단이다.
그의
그림은 청소년의 성적 관심과 탐색보다는 그들의 상처받기 쉬운 특성에 관한 것이며,
모든 중요한 인간 관계에 내재돼 있는 실존적
곤경에 관한 것이다.
그림의 등장 인물은 "어른과 아이", "주인과 종"이라는 관계의 패러다임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의 사실주의는 사진적 근거를 갖고있으나, 보통 사진의 화면이 줄 수 없는 무의식적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거의
특정한 틀에 박힌 복합구성을 이용한다.
그의 장면들은 인물과 배경이 다른 근원에서 취하여 합하는 콜라지
구성들이다.
<불량 소년>- 여인의 수음 행위를 바라보면서 소년 뒤로 무언가를 훔쳐내고
있는
"이중의
죄의식"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 부모의 성행위를 목격했을 때와 동일한 흥분의
상태를
갖는 것으로 가장 내밀하고도 비밀스러운 장면이 전면적으로 공개될
때의
당혹감으로 확대된다.
그의 작품은 부분적으로 80년대에 출현했던 새로운 서술적 미술에 속한다.
그의 서술적
방법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개개의 그림이 전혀 얘기되지 않은 아주 핵심적인
이야기를 시사한다는 점이다.
그의
미술은 근본적인 생활 체험을 갖고 다루어진다.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만,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설명되지 않은 것들이며
결코
적절하게 설명될 수 없다.
그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복잡한 문제들에 관해 명료함을 약속하는 것 같지만, 사실 결코
온전히
해독될 수 없는 복잡미묘함의 깊이를 제시한다.
<인사이드 아웃>- 소외의 상태를 가중시키고 그것을 극단의 물질화된 형태로
나타난
포스트
모던 시대의 T.V 수상기라는 물체로 냉담한 방관자의
시선으로
나타난다.
뉴욕에
거주, 활동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이미지들은 흔히 일반에게
외설적으로 이해되지만 그 이면엔 음울함이 숨어있다.
그는
표면적으로 풍요로운 미국사회와 그것의 병적 증상을 다루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뒤에선 에로스와 죽음 사이의 투쟁을 이야기 한다.
그림
속 장면엔 무언가에 깊이 탐닉해 있는 인물들과 언제라도 뒤집힐 듯한 배에 타고있는 듯한
위태로운 인물들이 있다.
많은 작품들에 강력한
공격과 잠복된 폭력이 있다.
"공격은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는 자신의 죽음 본능"이라는
프로이드의 사상을 생각하게 하며,
이미지와 구경거리, 환상 등으로 가득차면서 상품화되는 현대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에릭 피슬의 작품 내용은 사춘기 청소년의 성적 관심과 관련된 여러 위기에 관한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권위있는 성인들 및 그들과 관계된 것들에게 쏟는 감정에 관한 것이다.
그의 그림들은 단순히 성적 욕망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전제로부터의 자유를 찾으려는
욕망에 관한 것이다.
<몽유병자>- 사내아이가 물통에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행위가
잔디에
놓인 빈 의자로 대표되며 무의식 안에 존재하는 부모에 대한 도전의
표현이다.
소년은 자신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유아적 의존 상태를 상징하는 물통에
서서
자위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성인됨과 자립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생일의 소년>
<섬을 찾아감, 섬에서 찾아옴>- 유혹적이며 욕정적이기 보다 그저
일상적으로
인물들의 벗은 상태가 성관계를 암시한다고
결론
짓기
어려우며, 그것은 보는 이가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자신의 내면에서 원하는 바대로 어떤
식
으로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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