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어류

망둑어류 중 산호 속에 숨어사는 유리망둑/유령망둑

Sosahim 2006. 10. 21. 10:41
 

망둑어류 중 산호 속에 숨어사는 유리망둑/유령망둑

망둑어(Goby)는 어류들 중에서는 종 수가 가장 많은 무리로 대략 2,000 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열대 해양에 서식하는데 이들 중에는 자유롭게 유영하는 종들도 있고, 모래 지역에 굴을 파고 사는 종들도 있지만 일부는 산호나 해면 등 암초지대의 고착성 해양동물들 위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산호나 해면 위에 붙어서 살아가는 망둑어들은 대부분 서식처를 제공해주는 숙주(host) 동물과 진화적인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특정 종이 특정 숙주에서만 발견되는 종 선호도를 보인다. 이들의 공생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 관계이다. 망둑어는 잠재적인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은신처와 산란장을 산호나 해면 등의 숙주 동물로부터 제공받으며 대신 숙주동물은 망둑어가 흘린 먹이 찌꺼기나 배설물을 받아 일부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이들 망둑어는 산호나 해면 위의 생활에 아주 잘 적응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망둑어들은 몸이 투명하여 따로 보호색을 갖지 않아도 숙주의 색상이 그대로 비치게 하여 자신의 몸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위장하고 있다. 이들은 밝은 빛이 배경에 있을 때는 머리와 내장을 제외하면 척추와 가시뼈까지 투명하게 비치기도 한다. 따라서 이렇게 몸이 투명한 망둑어를 유리망둑(Glass goby)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숨어 있으면 잘 찾기가 힘들다고 하여 유령망둑(Ghost goby)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유영성 망둑어들과 달리 몸의 부력을 조절하는 부레가 없어서 바닥 생활을 하기에 적절하다. 대신 대부분의 정착성 망둑어들은 2개의 배지느러미가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융합되어 컵모양을 띠는 흡반을 형성하여 바닥에 몸을 잘 밀착시킬 수 있다. 덕분에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숙주의 몸에 꼭 붙어 있을 수 있다.



망둑어는 육식성으로 작은 새우, 갯지렁이, 연체동물, 요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숙주의 몸에 딱 붙어서 은신하고 있다가 작은 먹이감들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낚아채서 먹는 것이다. 이렇게 사냥한 먹이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숙주는 덤으로 먹이를 얻게 된다.

산란시기가 되면 망둑어는 숙주의 몸에서 잘 보호되는 지점을 선택하여 알을 붙이고 부화가 될 때까지 돌본다. 부화된 알들은 플랑크톤 시기를 거쳐 다시 자신들에게 적당한 숙주를 찾아서 정착하게 된다. 이때 어린 망둑어는 이미 본능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숙주의 화학물질 신호의 흔적을 좇아서 숙주를 만나게 된다.

정착성 망둑어들은 서식하는 숙주에 따라 이름을 부르기도 하는데 와이어 코랄(Wire coral) 또는 휩코랄(Whip coral)이라고 부르는 회초리 모양으로 생긴 산호에 붙어사는 종은 와이어코랄 고비, 휩코랄 고비라고 부르며, 연산호에 서식하는 종은 소프트코랄 고비(Soft coral goby), 흑산호에 서식하는 종은 블랙코랄 고비(Black coral goby)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고비들은 마크로 촬영가들이 즐겨찾는 피사체인데 돌산호, 연산호, 부채산호, 바다조름, 회초리 산호 등의 각종 산호류를 자세히 찾아보면 한두 마리는 꼭 발견된다. 주간에는 이들 망둑어가 카메라를 갖다대면 잘 도망을 가는데 특히 회초리 산호에서는 반대편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포즈를 잡기가 쉽지 않다. 이때 보조자가 한명 반대 쪽에서 접근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야간 다이빙에서는 이들 망둑어들도 잘 도망가지 않기 때문에 쉽게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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