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세상속으로

스릴에 죽고 스릴에 산다

Sosahim 2006. 10. 25. 09:00
“휘익~ 슉, 착.”
노란색 스케이트가 하늘을 향해 치솟기 무섭게 노란 모자가 밑으로 내려오며 한 바퀴 반을 돈다. 사뿐히 착지(着地). ‘미스티 플립’ 기술이다. 다음은 ‘뮤트 360’. 날아오른 스케이트가 엉덩이로 향하더니 파란 청바지가 접히고, 다리를 잡은 손과 함께 온몸이 옆으로 360도 돌아간다.

현란한 묘기의 주인공은 프로가 아니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3학년 김용진(25)씨. 김씨는 교내 어그레시브 스케이트 동아리 ‘블레이드 러너’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스케이터다. 100여 가지 기술을 구사하는 그는 5년 전에는 모 음료수 CF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위험 고난도의 ‘X-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X-스포츠는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의 줄임말로 고난도 묘기를 하는 모험 스포츠이다. 어그레시브 스케이트, 묘기 자전거(BMX), 스케이트 보드가 대표 3종목이며 이외에도 묘기 오토바이, 암벽 등반 등 10여 가지가 있다.
‘한국어그레시브스케이터연합’에 따르면, 올해 어그레시브 스케이터의 숫자는 35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홍보담당 유채만(24)씨는 “1997년 도입 당시 10명에서 10년 만에 350배나 늘었다”고 했다. 각 협회 추산 결과, 모험 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모두 4만여 명에 이른다. 이 중 80% 이상이 20대 초반 남성이며,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걸쳐 있다.
작년 5월 서울 잠실에서 열렸던 ‘기아엑스챌린지’ 대회에서 3등을 한 김민우(26)씨. 대학 4학년인 그는 스케이트 보드에 미쳤다. 평일엔 오후 4시부터, 주말엔 오후 1시부터 연습장의 조명이 꺼지는 오후 10시까지 탄다. “보드와 같이 물구나무를 섰다 내려가는 ‘베이직 인버트’는 우리나라에서 나만 해요. 떨어지고 구르며 3년 이상 연습했죠. 하하.”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묘기 자전거 강사로 활동하는 신경철(24)씨. 역시 아마추어이지만, 지난 1일 열린 ‘4130잼’ 프로대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그의 필살기(필살기)는 ‘히치 하이커’. 자전거를 수직으로 뒤집어 뒷바퀴가 하늘을 찌른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묘기다. “경사가 얕은 내리막길에서 남몰래 연습해 6개월 이상 걸리는 걸 3개월 만에 해냈죠.”
이들은 왜 ‘X-스포츠’에 열광하는가. 김민우씨의 말. “스케이트 보드는 내 개성을 잘 표현해주죠. 축구처럼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탈 수 있잖아요.” 개인적인 관심을 추구하는 ‘나 세대’의 코드와 맞는다는 얘기다.

또 다른 흡인력은 성취감. 신경철씨는 “어지간히 연습해서는 기술 하나 구사하기 힘들죠.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 성공할 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매력을 느껴요”라고 했다.
짜릿하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모험’ 스포츠가 아닌가. 매트도 없이 허공을 날아 비트는 동작이 잘못된다면? 이런 걱정에 이들은 손을 젓는다. 김용진씨는 “X-스포츠가 위험하다는 것은 오해”라며 “무리하지 않고 타면 야구를 할 때처럼 발목을 접지르는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취재가 끝난 뒤, ‘쌔앵’ 날쌔게 공중으로 날아 스케이트 보드를 뒤집는 묘기를 다시 보았다. 위험해 보였지만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