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어류

조개 몸속에 알 낳는 물고기 ‘납자루’

Sosahim 2007. 3. 31. 11:02

 

물고기는 대부분 물속에 있는 수초나 바닥에 알을 낳는다. 그러나 독특한 습성을 가진 어류도 많다.

버들붕어는 물 표면에 거품을 만들어 그 안에 알을 낳기도 하고, 가시고기 무리는 물속에서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든 둥지에 알을 낳기도 한다.

몸길이가 5~6㎝ 정도로 작은 납자루 무리는 민물조개의 몸속에 알을 낳아 그 속에서 부화시키는 진기한 습성을 갖고 있다.

늦은 봄철에 민물조개를 잡아 껍데기를 열어보면 아가미 사이에 노랗고 쌀알처럼 생긴 것이 박혀있는데 이것이 바로 납자루 무리의 알이다.

전 세계적으로 납자루 무리는 40여 종류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에는 각시붕어와 임실납자루를 포함한 15종이 서식할 정도로 많다.

4~6월 산란기가 되면 수컷 납자루는 노란색과 적황색, 엷은 보라 혹은 분홍빛의 화려한 혼인색(婚姻色·어류와 양서파충류의 번식기에 몸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빛깔)으로 몸치장을 한다.

암컷은 항문 바로 뒤쪽에 가늘고 긴 산란관을 내어서 수컷 주변을 왔다갔다한다.

이때 수컷은 하천 바닥에 사는 민물조개 하나를 정해 놓고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가 산란관이 길게 나와 있는 암컷을 그 조개가 있는 곳으로 몸을 흔들면서 유인한다.

암컷은 민물조개 주변을 맴돌다가 조개가 출수관(出水管·조개가 물을 배설하는 관)을 내놓는 순간, 그곳에 잽싸게 산란관을 집어넣어 1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이를 지켜보던 수컷은 바로 이어서 그 조개의 입수관(入水管·물을 빨아들이는 관)에 정액을 뿌려 조개 몸속 아가미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 과정이 서너 차례 반복돼 조개의 몸속에서 수정된 알은 25~30일 뒤 새끼로 성장해 조개 밖으로 나오게 된다.

납자루 무리는 아주 경제적인 생식 전략을 구사한다.

암컷 한 마리가 수천 개 이상 많은 알을 낳는 대부분의 물고기와는 달리 수십 개만 낳을 뿐이다.

두꺼운 껍질을 가진 조개 몸속에 알을 낳으면 다른 물고기가 먹을 수 없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납자루와 조개의 공생(共生) 전략이다.

납자루가 산란하기 위해 민물조개 가까이 접근하면 조개는 알에서 바로 부화한 자신의 어린 새끼들을 밖으로 내보내, 납자루의 몸이나 지느러미에 붙인다.

자기 자손이 다른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납자루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납자루 무리와 민물조개들이 오랜 세월 동안 성공적으로 종족을 유지해 온 것은 바로 이런 현명한 공생 전략을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