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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비 내리는… 그 길을

Sosahim 2008. 3. 29. 17:50

 

이제 남도의 매화는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매화에 이어 벚꽃들이 하나 둘씩 꽃망울을 터뜨릴 터이다.

매화가 봄을 알리는 첫 소식이었다면, 벚꽃이야 말로 봄이 충만해 있음을 가장 확실하게, 또 황홀하게 보여준다. 흰 꽃잎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리는 벚꽃의 화려함은 다른 봄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올해는 늦추위로 매화의 개화시기는 좀 늦은 편이었지만, 3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예년 기온을 웃도는 따뜻한 날들이 계속돼 벚꽃의 개화시기는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르르 피었다가는 화르르 지고마는 벚꽃은 시기를 잘 맞춰서 떠나야 한다.

올해는 이달 25일쯤 제주에서 시작해 남도 땅을 지나 4월7일쯤에는 서울에도 벚꽃의 개화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벚꽃은 군락을 지어 피어있는 것보다 길가에 심어져 터널을 이룰 때 더 감격적이다.

전국의 벚꽃 명소의 대부분이 ‘벚꽃길’인 것도 이런 이유다. 올해는 어느 곳으로 벚꽃을 찾아가볼까. 가벼운 봄바람에도 현란한 꽃비를 뿌려대는 황홀한 벚꽃길의 명소를 소개한다.




■ 섬진강변 하동

섬진강 남쪽의 전남 광양에서 매화가 하나 둘씩 지기 시작하면, 강건너 경남 하동쪽에서 벚꽃의 잔치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내달초쯤 섬진청류와 화개동천 25㎞의 구간의 벚나무에 가지마다 연분홍 벚꽃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벚꽃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초입에 이르는 6㎞구간. 이른바 ‘10리 벚꽃길’로 불리는 이 길이 압권이다. 이곳의 벚꽃이 웅장하고 압도적인 것은 벚나무의 크기와 관계있다. 가지를 활짝 펴고 서있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화려하게 꽃을 달고 터널을 이룬 모습은 ‘황홀하다’는 말 외에는 더 보탤 것이 없다.

다만 워낙 이름이 알려진 탓에 벚꽃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하고, 벚꽃구경을 나선 인파들로 연방 어깨가 부딪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요령이다.

■ 경주 보문단지 보문호

경북 경주는 봄이 되면 도시전체가 연분홍 꽃구름으로 치장된다. 경주시내 대릉원 주변에서 시작된 벚꽃의 폭죽은 차례로 보문호까지 옮겨 붙는다.

특히 대릉원 주변에는 넓은 벌판에 가득 유채꽃을 심어 노란 유채와 분홍 벚꽃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벚꽃만을 보자면 보문호 주변이 가장 아름답다. 고요한 푸른 호수 주변을 빙 돌아가며 산책로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보문호 주위에는 특히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축축 늘어진 수양 벚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벚꽃이 가득한 산책로를 걷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를 빌려타고 페달을 밟는 맛이 각별하다. 또 가로등의 조명으로 밤벚꽃도 운치가 있다. 벚꽃과 함께 경주의 유적지를 함께 돌아보는 코스를 잡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 영암 월출산

전남 영암의 월출산 서쪽 기슭의 벚꽃길은 길이로 보자면 단연 최고의 벚꽃길이다. 영암읍내부터 819번 국도를 따라 왕인박사 유적지를 지나 세발낙지로 유명한 학산면 독천리까지 장장 20㎞를 지나는 동안 벚꽃이 이어진다.

영암군은 좀 거짓말을 보태 이 길을 ‘100리(40㎞) 벚꽃길’이라고 부른다. 이 길은 차를 타고 달리는 편이 더 낫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이 길을 달리면 하얀 꽃비가 우수수 떨어진다.

특히 영암읍에서 독천까지 이르는 6㎞ 구간은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촘촘히 심어져있어 명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영암의 벚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월출산 덕분이다. 영암의 벚꽃은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뒤쪽 월출산의 장대한 암봉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해마다 벚꽃이 필 무렵에 왕인문화축제도 열린다. 인근에 월출산, 도갑사, 구림마을, 도기문화센터 등의 여행목적지들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 보성 대원사

전남 보성 천봉산의 대원사로 드는 6㎞의 길은 벚꽃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유연하게 휘어진 이 길은 차를 타고 휭하니 달려가서는 참맛을 느끼기 어렵다. 천천히 걸으면서 벚꽃터널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가는 길이다.

왕복 2차로의 좁은 길이라 양쪽의 벚나무 가지들이 서로 손을 맞잡을 듯해 ‘벚꽃터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보도가 따로 없어, 차들의 왕래가 많으면 걷기가 영 불편하다. 따라서 차들의 통행이 뜸한 오전 일찍 찾아가는 것이 좋다.

대원사는 그윽하게 잘 정돈된 느낌을 주는 절집이다. 빨간 뜨게질 모자를 쓰고 있는 동자상들이 늘어서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동자상은 낙태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워놓은 것이다. 대원사를 들렀다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있는 보성의 차밭을 함께 들러오는 일정을 짜보는 것이 좋다.

■ 제천 충주호

중부내륙지방의 대표적인 호반 벚꽃길의 명소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에서 나와 금성방면 82번 지방도로 접어들면 금성면사무소부터 벚꽃길이 시작된다. 청풍대교와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면소재지까지 13㎞의 구간이 가장 화려한 벚꽃을 볼 수 있는 길이다.

이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탓인지 벚꽃 개화시기가 인근지역보다 좀 늦는 편. 평년의 경우, 4월 중순을 넘겨야 비로소 만개하므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차를 타고 충주호반을 따라 벚꽃길을 드라이브 하는 맛도 좋지만, 청풍나루에 차를 세워두고 유람선에 올라 충주호 130리길 절경을 함께 감상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호수를 굽어보는 월악산과 금수산 등도 지척에 있어 등산일정과 연계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