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은 녹색의 전원도시다. 아직 연두빛이 강한 신록으로 산과 들이 물들고 있지만 무엇보다 푸른 빛이 가득한 대나무가 지천에 깔려 있다. 담양에 가면 마을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뿌리를 내린 대나무밭 면적만도 우리나라 전체 대밭의 25%에 이른다. ‘한반도의 대밭’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소쿠리·채·키 등 우리 생활에서 없어선 안될 용품은 거의 대부분 대나무로 만들었다. 아울러 대나무 제품은 95% 이상이 담양에서 공급됐다.
이로 인해 대나무는 담양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어디를 가든 대나무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지역 특산물, 축제는 물론,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도 죽록원 등 대나무를 주제로 만든 시설이 대부분이다. 5월 3일부터 9일까지 담양읍 관방제림 일원에서 열리는 제10회 담양 대나무축제에 가면 대나무를 이용해 얼마나 많은 문화가 만들어지는 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담양에는 또하나의 명물이 있다. 담양읍 주변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메타세콰이어 길이다. 1972년 군청에서 금성면 원율리에 이르는 8.5㎞에 이르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진 1500여 그루는 이제 아름드리가 넘는 고목으로 성장했다. 이 길은 2002년 산림청으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에 선정됐고, 그 아름다움은 전국 여행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공룡이 살았던 신생대 초기에 살았던 메타세콰이어는 한 때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1940년대 중국에서 발견됐다. 이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이 나무가 국내에서는 담양에서 화려하게 터전을 잡았다.
위기도 있었다. 광주-순창을 잇는 국도 확장공사로 인해 600여 그루가 베어질뻔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의 노력으로 우회도로를 만든 덕분에 상처를 입지 않은 채 지금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게 됐다.
담양읍 북쪽을 흐르는 담양천변 제방에 만들어진 관방제림도 빼놓을 수 없는 담양의 자랑거리다. 조선 이조 28년(1648년) 담양부사 성이성이 제방을 축조하고, 철종 5년(1854년) 부사 황종림이 중수한 숲이다. 둑길을 이어진 2㎞ 길이의 관방제림은 숲이면서도 길이다. 듬성듬성 심어진 나무 사이로 오밀조밀 이어지는 길은 봄이면 연두빛 감도는 잎사귀와 어울리며 투명한 수채화를 그려낸다.
이같은 아름다움으로 관방제림은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고, 2004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방제림은 담양 대나무축제의 프로그램 대부분이 치러지는 주 무대이기도 하다.
주변 가볼 만한 곳
▲소쇄원
남면 지곡리 성산의 장원봉과 까치봉을 등에 두고, 남쪽으로 무등산을 바라보고 있는 조선시대 대표적 정원이다.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기묘사화로 인해 스승인 조광조의 죽음을 목격한 후 현실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은둔하기 위해 조성한 원림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울창한 대숲을 지나면 비경이 펼쳐진다. 자연과 인공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조선 중기의 대표적 원림답게 맑은 물·계곡·건축물이 멋진 하모니를 연출한다.
▲삼지천마을
창평면 삼지천을 따라 조선 초기인 1500년 전후로 형성된 마을로 최소 100년 이상된 전통 돌담이 3㎞ 이상 남아 있다. 하단부에 큰 돌을 놓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돌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사이는 흙으로 메워져 있다. 반상에 따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적당한 높이로 경계와 함께 사생활 보호를 겨냥한 조상들의 슬기가 엿보인다. 창평은 또 한과·쌀엿·된장·고추장 등 전통식품이 유명하다. 창평은 지난해 12월 1일 열린 ‘슬로시티 국제연맹’ 총회에서 장흥 유치, 완도 청산, 신안 등도와 함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죽녹원
관방제림 건너편 야트막한 야산의 16만여㎡에 들어선 대나무 테마공원이다. 운수대통길 등 색다른 이름의 산책로 8개와 함께 곳곳에 대나무숲 사이를 뚫고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는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생태전시관에스는 다양한 대나무 제품과 대나무 분재 등이 전시되고 있다. 숲에는 또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가 자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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