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은 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시절이다. 초목은 짙푸름을 더해가고 계절의 여왕을 실감케라도 하듯 봄꽃들의 자태와 향훈은 더욱 강렬해진다. 라일락, 아카시아…, 매혹적 향기를 발산하는 봄꽃들도 아름답지만 만춘의 산야를 화려하게 채색하기로는 역시 철쭉이 으뜸이다.
이즈음 춘향가, 흥보가, 변강쇠타령의 배경지로, '스토리텔링'의 본고장인 전북 남원을 찾으면 지리산 자락에 펼쳐진 핑크빛 마법에 푹 빠져 들 수 있다. 운봉읍 지리산 바래봉과 아영면 봉화산 자락엔 물오른 철쭉이 진분홍 꽃밭을 연출하고 있다. 마침 국내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인 '춘향제(5월1~5일)'가 펼쳐지는 맛과 멋의 고장 남원을 찾아 봄날의 정취에 젖어 보자.
::: 1~5일 최고 전통 '춘향제'
화사한 벚꽃이 진 자리를 진분홍 철쭉이 대신할 즈음 남원에서는 국내 최고 전통의 축제 '춘향제'(www.chunhyang.org)가 열린다. 올해로 78회. 5월1~5일까지 광한루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춘향제에는 이벤트도 풍성하다. 전통문화, 공연예술, 체험 이벤트와 부대행사 등 4개 분야 31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전통문화에서는 춘향국악대전, 방자 농악 한마당, 창극 춘향전, 춘향 선발대회, 신관사또 부임 행차, 민속씨름대회 등을 선보이며 공연예술로는 개막 축하공연, 춘향 은빛가요제, 방자 놀이마당, 야외 공연, 세기의 사랑 퍼레이드 등이 마련된다.
아울러 목공예와 도예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방자 체험마당과 미꾸라지 잡기, 소원 등 만들기, 짚신 신기 등 재미난 체험 이벤트도 함께 열린다. 또 향토음식문화체험, 세계음식문화체험, 춘향문학체험, 어린이 춘향 선발대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또 5월10~17일에는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허브밸리에서 '2008 남원 허브축제'도 열린다.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펼쳐진다.
1. 바래봉 철쭉 물결 … 마음도 울긋불긋
◆ 환상의 핑크빛 꽃 바다 '철쭉꽃 명소'
5월 한 달, 산벚꽃과 진달래가 진 자리에는 물오른 철쭉이 화려함을 덧칠한다. 드넓은 산야에 진분홍 불꽃이 피어오르듯 산하는 온통 핑크빛 마법에 걸려들고 만다. 철쭉은 그 자태가 아름답다기보다는 차라리 '현란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남원의 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철쭉 꽃밭이다. 남원의 철쭉 명소는 지리산 바래봉과 아영면 봉화산으로 아래쪽에서는 5월 초에 철쭉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중턱은 5월5~12일, 정상 부근은 보름이 가까워지면 만개한다.
▶ 바래봉=남원시 운봉읍 소재 '바래봉'(1167m)은 덕유산, 한라산 못지않은 국내 최고의 철쭉 명산으로 꼽힌다. 산모양이 마치 스님의 발우공양 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리산에는 세석평전 등 유명 철쭉군락지가 있지만 산 꾼들은 바래봉의 것을 더 쳐준다. 특히 대다수 산철쭉이 분홍빛을 띠는 것과는 달리 바래봉 철쭉은 유독 붉은 기운이 강해 눈부심이 더하다. 바래봉은 일기에 따라 개화시기가 1~2주 조정된다. 대략 5월초에는 800m까지, 중순으로 접어들면 정상에도 철쭉꽃이 만개한다.
바래봉 철쭉의 백미는 정상에서 약 1.5km 거리의 팔랑치 구간이다. 바래봉 정상은 지리산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손꼽힌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되고 굽이치는 암봉이 공룡 등을 연상케 한다. 하산은 남서쪽으로 뻗은 철쭉 군락지를 따라 팔랑치까지 간다. 팔랑치에서는 산판 길을 따라 산덕리~운봉읍으로 내려가는 길과 계속 직진하여 세걸산~정령치까지 가는 종주코스, 내령리~뱀사골 입구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만개하는 때에 맞춰 철쭉꽃 축제도 열고 있다. 올 지리산의 바래봉철쭉축제는 5월10일부터 열린다.
▶ 봉화산=남원 사람들은 철쭉꽃 구경의 또 다른 명소로 아영면 소재 '봉화산'(해발 920m)을 꼽는다.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 경남 함양군의 경계에 솟은 봉화산은 이름 그대로 예전에는 봉수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산 아래로는 흥부마을과 백제 요충지 아막산성이 있어 당일 여정지로도 손색없다. 봉화산 철쭉은 유독 키가 크다. 때문에 4월말부터 산 아래와 중턱 사면, 암릉 곳곳에는 '꽃 터널'이 펼쳐지는데, 5월초 매봉 정상부까지 드넓게 군락을 이뤄 온통 꽃동산을 연출한다.
특히 700고지 매봉 아래까지는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 산행이 버거운 노약자도 꽃구경을 쉽게 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바로 시작되는 철쭉꽃 터널을 따라 꽃과 쪽빛 하늘을 번갈아 보며 10분 정도 걷다보면 매봉 정상이 나선다. 봉우리에서는 봉화산, 아막산성, 장수 번암 들녘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2. 실감나는 사랑가 … 흥부도 만나볼까
◆ 얘깃거리 넘쳐나는 '스토리텔링의 본고장'
토종 러브스토리 '춘향전'을 탄생시킨 남원은 흥보가, 변강쇠타령 등 대표적 판소리의 배경지이기도하다. 특히 판소리의 중시조로 알려진 가왕 송흥록이 터를 잡고 걸출한 후학들을 양성하며 동편제를 집대성한 국악의 성지로, 민초들의 삶의 실체가 풍류와 어우러져 생생한 이야기 꾸러미로 잘 전해 내려오는 고장이다.
▶ 춘향전의 광한루='남원=춘향골'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남원의 관광은 '춘향'이 우선이다. 성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싹튼 러브스토리의 배경 광한루(廣寒樓)가 그 중심이다. 이즈음 연초록의 가지를 드리운 수양버들의 자태가 압권인 광한루원은 건물배치와 조경이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과는 다르고 담양의 소쇄원 등 양반의 정원과도 또 다른 느낌이다. 광한루는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주재했던 '광한전'에서 이름을 따 온 우주적인 뜻을 담은 건물이다.
광한루는 조선 초 황희 정승이 중앙 정계를 등지고 고향에 내려와 지리산 자락 섬진강 상류인 요천변에 광통루(廣通樓)를 세운 게 그 시발이다. 이후 남원부사 정인지가 '광한루'로 이름을 고쳐 불렀고, 송강 정철이 요천의 강물을 끌어들여 인공호수를 만들고 3개의 섬을 조성해 빼어난 조경미를 갖춘 정원을 완성시켰다. 광한루의 대표 조형물인 오작교 아래에는 3000여 마리의 잉어가 유영을 하고, 곳곳에 아름드리 수목들이 그늘을 드리우며 청량감 넘치는 공간을 연출한다.
▶ 흥부마을=남원시 아영면 성리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의 하나인 '흥부전'의 배경이다. 흥부가 정착해 부자가 됐다는 발복지(發福地)로 마을에는 박춘보의 묘가 있고 매년 정월 보름에 망제단에서 흥부를 기리는 춘보망제를 지내오고 있다. 철쭉 명산 봉화산 자락의 상성마을 입구에는 흥부네가 박을 타는 형상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사금 채취장으로 전해지는 새금모퉁이, 흥부가 허기로 쓰러졌을 때 흰죽을 먹여 살린 은인에게 논을 사주었다는 흰죽배미, 놀부가 흥부집을 찾아왔다가 화초장을 지고 건넜다는 개울 노디막거리 등 흥부전의 주요 배경지엔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그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 변강쇠 백장공원=지리산 뱀사골 초입 산내면 대정리 백장암 계곡은 변강쇠타령의 무대이다. 길 가에는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쓴 변강쇠가 벌을 받아 장승처럼 굳어 죽었다는 전설을 형상화한 변강쇠백장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 인근 계곡에는 변강쇠와 옹녀가 놀았다는 백장바위, 남녀의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 바위를 긁어 국을 끓여 먹으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는 근연바위 등 재미난 사연을 곳곳에 담고 있다.
::: 여행 메모
▶ 가는 길
◇ 열차=서울(용산역)~남원 1일 16회(새마을, 무궁화호) 운행. 4시간~4시간20분 소요.
◇ 승용차:호남고속도로 전주IC~17번 국도 남원
▶ 먹을거리
남원의 맛을 치자면 추어탕을 꼽을 수 있다. 국산 미꾸리(둥글이)를 곱게 갈아 운봉 고랭지 시래기에 들깨를 듬뿍 넣고 끓인 탕맛이 일품이다. 새집등 60여 곳의 맛집이 있다.
또 운봉과 인월, 산내면은 지리산 흑돼지로도 유명하다. 운봉면에 있는 황산토종정육식당은 생삼겹살과 함께 전라도 토종 순대국을 맛볼 수 있다. 생삼겹살 1인분 7000원, 순대국밥 4000원.
'알콩달콩 > 가볼만한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넷도 휴대폰도 불통, 완벽한 휴가지 베스트 (0) | 2008.05.09 |
---|---|
'구석구석 시티투어버스 여행' 5월의 가볼만한 곳 (0) | 2008.05.03 |
'열리는 바닷길에 사람 넣기' 기네스 도전 (0) | 2008.05.01 |
푸른 빛이 가득한 대나무 숲길로 떠나는 담양 웰빙 투어 (0) | 2008.04.29 |
영덕의 4월은…복사꽃에 취하고 대게 맛에 반하고 (0) | 2008.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