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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산운마을'

Sosahim 2008. 9. 23. 22:13

경북 의성을 ‘유명 관광지’로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그저 매년 5월 열리는 전국 최대 규모의 ‘마늘장’을 기억할 뿐이다. 그래서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여유롭다. 그렇다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 오랜 역사를 지닌 국보급 문화재는 물론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살던 반촌(班村)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게다가 천녀세월을 품은 고찰과 고분군, 공룡발자국화석지, 빙계계곡, 산운·사촌마을 등 둘러볼 곳이 적지 않다. 그중 금성면 산운리에 자리한 산운마을은 의성의 대표적인 고택촌. 일명 ‘대감마을’로 불리는 영천이씨의 집성촌이다. 구름을 깔고 앉은 금성산 자락에 고즈넉이 안긴 마을은 옛 것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역사와 전통의 보고다.

 

산운마을은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금성산(해발 531m)과 비봉산(671m)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산은 품을 넉넉하게 열어 분지를 만들고 마을은 그 안에 터를 잡고 있다. 마치 태초부터 하나였던 것 같은 풍경이다.

금성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화산산. 모양새가 특이하다. 중생대 백악기(약 7000만년 전) 화산폭발에 의해 화산 분화구가 내려앉은 칼데라(화산 함몰체)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산은 세월의 풍화가 빚어낸 기묘함이 감탄스럽다.

금성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경사가 심해 산행이 만만찮다. 금성산 코스는 3시간, 비봉산 연계코스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산운초교를 들머리로 삼아 오른다. 아득히 먼 옛날 화산의 잔재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산운(山雲)’이라는 이름은 신라시대 때 ‘금성산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금성면에서 춘산·가음 방향으로 2㎞ 거리다. 마을 입구에는 생태공원을 조성해 놨다. 
 

산운마을에는 80여가구가 모여 산다. 학동 이광준이 최초 입향한 후 400년을 훌쩍 뛰어넘어 맥을 잇고 있다. 참의 이민성, 판서 이희발, 한일합방 시 애국지사로 건국 공훈을 세운 이태직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산 밑에 나지막이 엎드린 마을은 인기척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촌로인 까닭이다.

마을 곳곳에는 회화나무가 우뚝우뚝 서 있다. 과거에 급제하거나 벼슬이 올라가면 집 주위에 심는다는 그 나무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길은 낮은 돌담을 따라 이리저리 굽이친다. 원형을 잘 지닌 아름다운 돌담길이다.

조선 명종 때 영천이씨 입향조인 학동 이광준을 위해 지은 학록정사(지방유형문화재 242호)와 소우당(지방중요민속자료), 운곡당(전통건조물 11호), 점우당(전통건조물 12호)을 비롯해 수십여채의 고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랜 세월 풍화로 깎이고 파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옛 조상의 자취와 정신을 고스란히 내보인다.

점우당은 이병직의 증조부인 죽파 이장섭이 1900년께 지은 가옥. 남서쪽을 향하고 서북쪽으로 운곡당과 같은 담장을 쓰고 있다. 운곡당은 이목의 5대조인 운곡 이희발이 영월부사로 재직할 때인 1800년대 초기에 지어졌다. 금성산을 등지고 남동쪽으로 향한 집은 안채에 사랑방과 고방이 한 동으로 연결된 ‘ㅁ’자형 모양새다.

소우 이가발이 19세기 초에 건립한 소우당은 1880년대에 고친 안채와 사랑채가 안마당을 감싼 튼 ‘ㅁ’자형의 모양새가 이채롭다. ‘영남 제일의 후원(後園)’이라 불리는 별당이 명물. 사랑채 좌측 담장너머에 만들어진 별당은 소나무, 향나무, 모과나무, 단풍나무가 사방을 둘러친 연못과 정자를 끼고 있어 한결 운치가 있다.

산운마을의 고택은 저마다 한국건축의 전형적인 멋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담을 맞대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진다.

금성면이 삼한시대 부족국가 조문국(召文國)의 도읍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조문국은 185년 신라 벌휴왕 2년에 신라에 복속됐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된 잊혀진 나라다. 이 때문에 탑리리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당대의 문화유적이 적지 않다.

그중 경덕왕릉이 대표적. 왕릉을 중심으로 탑리리와 대리리에 260여기의 고분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너른 평야에 조성된 고분군은 주변경관이 아름답다. 무덤과 무덤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흙길도 인상적이다.

 

여기서 지척에 자리한 탑리오층석탑(국보 제77호)과 공룡발자국화석도 볼거리. 탑리오층석탑은 목조탑 같은 정교함이 돋보이는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금성면에서 의성읍내 방향 28번 국도에서 우회전해 제오리로 들어가면 공룡발자국화석지를 만난다. 비스듬히 서 있는 거대한 암반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반층(천연기념물 제373호)이다. 이곳에 초식과 육식공룡발자국 화석 300여개가 남아 있다.

 

가음면에 자리한 경북 8승 중 하나인 빙계계곡도 둘러볼 만하다. 한여름에도 얼음을 볼 수 있는 빙혈과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이색체험을 선사해 준다. 빙계온천과 탑산약수온천은 의성여행의 마무리. 숙박을 겸할 수 있는 탑산약수온천은 국내 최고 수준의 게르마늄 성분을 함유해 여독을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 신라의 혼 살아 숨쉬는 ‘천년고찰 고운사’ -

신라 문무왕 원년(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가람 입구 1㎞에 이르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은 청명한 산새소리와 바람소리, 물소리에 속세의 잡념이 씻겨갈 정도. 일명 ‘천년의 숲’으로 불린다.

단촌면 구계리 등운산 자락에 터를 잡은 사찰은 연꽃이 반쯤 핀 형국의 부용반개형상. 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 부석사 등을 말사로 두고 있다. 본래 이름은 고운사(高雲寺)였으나 최치원이 가운루와 우화루를 짓고 머무르면서 그의 호를 따 고운사(孤雲寺)로 개칭했다.

일주문을 지나 만나는 가운루(사진)와 호랑이탱화가 명물. 등운산에서 내려오는 두 가닥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세워진 가운루는 3쌍의 기둥이 계곡 바닥에서 누(樓)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가 볼 만하다.

해동제일지장도량이라 불리는 지장보살영험성지인 고운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지 않고 주변에 음식점이나 잡상인이 없어 번잡하지 않다.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46호)과 연수전, 가운루, 삼층석탑, 부도각비 등의 문화재를 보유한 고운사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발우공양, 소리 및 다도, 참선, 백팔배, 묵언수행, 문학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귀띔]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원주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의성IC→5번 국도 의성소방서→927번 지방도로 금성방향 우회전→금성→가음 방향→산운마을

▲주변 볼거리:안동김씨와 풍산류씨 집성촌인 사촌마을도 산운마을에 버금가는 선비촌이다. 조선 중종 때 김사원이 지은 11칸짜리 목조건물인 만취당이 명물. 한석봉이 쓴 ‘만취당(晩翠堂)’ 현판을 내건 이 건물은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사가 목조건물로 꼽힌다. 이외에 대곡사, 조문국 경덕왕릉, 금성산 고분군, 산수유마을, 빙계계곡, 의성탑리오층석탑, 의성제오리공룡발자국화석 등이 있다.

▲맛집:경동숯불갈비(불고기), 고영식당(회정식), 이화가든(불고기), 의성마늘식당(검정콩칼국수,), 가마솥(백반),  등

▲축제:10월8~11일까지 ‘가을빛고운 대축제’를 연다. 군민체육대회를 비롯해 의성문화제, 의성마늘&사과페스티벌, 의성쌀 환경 페스티벌 등의 주요행사와 가족음악회, 몽골 만달군 예술단 및 연예인 공연, 의성한우 먹거리촌 축제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돼 있다.

▲이색체험:한국애플리즈에서는 사과따기와 와인담기, 파이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과수원에서 1인당 1개의 사과를 따고 자신의 얼굴사진이 담긴 라벨을 붙인 와인 1병을 가져갈 수 있다.

▲숙박:금봉산자연휴양림, 탑산약수온천, 테마모텔, 참숯가마빌, 교촌마을 민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