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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칠선계곡 입구의 서암정사2

Sosahim 2008. 12. 10. 16:59

 

'서암정사' 21세기의 불국정토 
  
계절의 여왕 5월도 이제 막바지다. 그동안 각종 기념일과 휴일마다 돌아오는 결혼식 등으로 제대로 여행을 하기 어려웠다. 석탄일을 앞두고 이번 주말은 21세기의 불국정토를 구현한 서암정사를 찾아보자. 지리산 칠선계곡에 있는 서암정사는 해인사 말사로 예전에는 인근 불자들이나 찾던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추성리 칠선계곡 들머리에서 왼편으로 벽송사와 서암정사로 향하는 표지판이 나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길을 오르면 왼쪽으로는 서암정사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벽송사 가는 길이다. 서암정사 방향으로 또 다시 언덕이다. 조금만 걸으면 일주문처럼 우뚝 선 바위기둥 두개를 만난다. 몇 걸음을 더 걸으니 다시 두개의 돌기둥이 나타난다. 해탈문쯤 되나 보다. 감동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돌기둥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사천왕상이 10여m의 절벽에 굴감(窟龕)형식으로 양각되어 있다. 보통 두개의 사천왕상이 붙어 있는데, 네 개의 바위에 하나씩 사천왕상이 조각돼 있다. 천연바위가 도열하듯이 서 있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그 자연에 불력으로 새긴 사천왕상.

목재와 달리 그 우람함과 역동적인 몸동작에 죄지은 사람이라면 주눅이 들 정도다. 돌에 조각했으니 현란한 단청도 없다. 오히려 석재의 단일톤이 더 어울린다. 각 사천왕상 밑에는 돌계단을 만들어 놓고 불단도 만들어 놨다.

 

사천왕상을 지나면 자연과 어우러진 협곡이 이어지고 불국토로 들어가는 '대방광문(大方廣門)'이 나온다. 대방광문을 넘으면 오래된 가정집 같은 건물이 보인다. '미타굴'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잘 정돈된 마당이 있고 왼쪽으로 지리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돌계단으로 이어진 곳에 굴법당이 있다. 안양문이라 새겨진 문을 열고 굴법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20여평 남짓한 굴전체가 부처고 보살이고 나한이다.

 

바닥을 제외한 벽, 천장에 모두 아미타세계를 조각해 놨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말로서는 그 감동과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 바로 이곳이 21세기의 불국토를 염원하며 한사람의 장인이 11년동안 햇볕도 보지 않은 채 불력으로 부처를 조각한 곳이다. 조각한 부처들을 갖다 놓아 짜 맞춘 공간이 아니다. 천정일부를 제외하고는 동굴의 자연석에 하나 하나 다 조각을 한 것이다.

 

아미타 부처가 중앙에 있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그리고 8대보살과 10대 제자, 나한, 사천왕 등이 그 옆으로 도열해 있다. 석굴에 들어서면 그 많은 부처의 눈길이 모두 내게로 쏟아지는 듯하다. 자연 채광을 할 수 있도록 창을 낸 천장이 압권이다. 나오는 문은 극락전이다. 석굴 법당밑에는 연못과 분수대가 있고 불두화가 만개해 있다. 산 전체가 예쁜 정원을 보는 듯하다. 인공미가 자연미를 압도하는 광경이다.

 

극락전을 나와 오른쪽으로 난 산죽이 있는 돌계단을 오르면 산신전과 비로전이 나타난다. 비로전은 서암정사의 주불을 모신곳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름답다. 들어서면 오른쪽에 세 개의 커다란 자연석이 있고 그 위에 큰 바위가 절묘하게 올려져 있다. 비로자나불이 제일 위에 있고, 아래 세 개의 바위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그리고 선재동자가 조각되어 있다.

 

왼쪽 커다란 바위엔 산신과 오백나한 중 하나인 독성이 조각돼 있다. 산신이 타고 있는 호랑이의 콧수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독성 옆 꽃사슴의 숨결이 들릴 듯하다. 서암정사 야외에 있는 바위는 대부분 부처를 조각해 놨다. 미타굴 옆 큰 바위에도 부처가 조각돼 있다. 바위마다 담쟁이 넝쿨이 무성해 부처마다 자연 불두를 하나씩 더 이고 있다.

 

서암정사는 원래 바로 옆에 있는 벽계사의 한 암자였다. 원응스님이 1960년대 초 벽계사 주지로 오면서 6.25때 지리산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수많은 원혼을 위로하고 아직도 대치상태에 있는 남북한의 화합과 통일을 기원하고자 원력불사를 일으킨 곳이다. 그 원력을 받들어 11년동안 동굴벽과 천정에 수많은 부처와 그 권속들을 조각한 사람은 홍덕희라는 석공이다. 원응스님이 밑그림을 그리면 석공 홍덕희가 정으로 한뜸 한뜸 자수하듯 조각을 해 완성했다.

 

원응스님은 그 불사 기간동안 화엄경 전문 60여만자를 금가루를 입혀 다시 쓰는 수행을 했다. 금값만 해도 억대를 넘고 닳은 붓은 60여자루나 된다. 병풍형 책자 80권을 펼치면 1.3km가 된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금니사경이다. 내달 1일부터 6일까지 대구 문예회관에서 '원응 큰스님 화엄경 금니사경 전시법회'가 열린다.

 

서암정사를 들렀다면 바로 옆에 있는 벽송사도 둘러보면 좋다. 한때 빨치산의 야전병원이었던 벽송사는 지금 불사가 한창이다.


◇가는길

88고속도로 지리산 IC 60번 지방도 실상사방향 칠선계곡

◇먹을 거리

칠선계곡 가기전 마천면 소재지 조금 못미쳐 월산식육식당이 있다. 마천 흑돼지 소금구이가 맛있다.흑돼지농장을 직접 운영해 품질이 뛰어나다.

 

◇주변 둘러볼만한 곳

서암정사에서 25분 정도 함양쪽으로 가면 인산동천 관광농원이 나온다. 인산 죽염을 만드는 곳으로 황토집과 통나무집 등에서 민박을 할 수 있고 100여명을 수용해 세미나와 숙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바로 뒤 삼봉산 등산도 가능하며 황토방에서 푹 쉴 수 있는 곳이다. 예약을 필히 하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