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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뮤직비디오- 뮤비? or 무비?

Sosahim 2006. 3. 14. 09:23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타이즈드 뮤직 비디오. 한동안 폭풍처럼 유행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의 한류붐에까지 강한 영향을 줄 정도로 대단했었다. 우리의 장기인 '감성' 코드를 충분히 활용하여 만든, 장점을 잘 살린 재미있는 스타일이었다. 완전히 독창적이라고 하긴 힘들겠지만, 분명 우리의 이름표를 붙일 만한 자랑스런 '작품' 이다.



그러나 스타일은 진화해야 하는 법. 아름다운 풍경에 비극적인 결말의 뮤직 비디오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뮤직 비디오인지 영화인지 알 수 없는 이러한 영상은 하나의 규격화된 '상품' 이 되어 버렸다.
 


조성모의 'To Heaven' 이후에 쏟아져 나온 드라마타이즈드 뮤직 비디오들. 짧은 시간안에 드라마를 전달하려니 과장된 연기에 판에 박힌 자극적 스토리들의 재생산들이 난무했다. 이제는 슬슬 다양한 스타일의 뮤비들의 출현이 눈에 띄곤 있지만, 드라마타이즈가 여전히 제일 안전한 스타일이라는 업계의 판단이 있는 듯 하다.



본시 뮤직 비디오는 음악 자체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나온 장르다. 80년대 MTV 설립 이후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센세이션으로 불리울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바로 '무의미함의 의미' 랄까를 추구하는 다다이즘적인 표현 기법과 기존의 방식에 대한 부정 또는 거부를 시도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특성 때문이었다. 쉽게 말하면 이전의 영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편집된 스타일과 표현 방식이 대중 문화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드라마타이즈된 뮤비도 한 종류의 뮤비로서 충분히 볼 만하지만, 솔직히 음악을 표현하는 영상으로서는 그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는 오히려 짧은 스토리 안에 가두어 놓음으로써 주객이 전도되는, 음악이 영상의 배경이 되어버리는 역전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피터 가브리엘

게다가 모두가 드라마타이즈만 해서는 차별성도 없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힘들다. 신인 연기자 누가 나왔네, 스타 누가 출연했네 하는 가십거리만 양산하는 드라마타이즈드 뮤직 비디오들. 음악은 어디가고 가십만 남았는지. 가십으로라도 주목받기 원하는 가수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도하겠지만,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에 죽자사자 출연했으면서 '우린 개그맨이 아녜요, 가수예요~!' 라고 눈물로 호소했던 캔CAN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최근에 본 재미있는 뮤직 비디오 한 편.

Air - Don't be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