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생활의지혜

꽃차, 빼어난 향기를 마시다

Sosahim 2006. 4. 15. 08:12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충분히 우러나도록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니 일상이 바쁘고 급한 사람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은 삶을 음미해 보는 여유가 필요한 법. 꽃차 한 잔 앞에 두고 삶과 시간을 관조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미차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다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 있는 차다. 여름이 되기 전, 막 꽃봉오리를 틔우려는 꽃으로 만든 장미차는 국화차와 함께 이제는 낯설지 않은 차로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연한 분홍빛이 서서히 우러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홍빛은 점점 진해져 이내 붉은색을 띤다. 그 색깔이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농도가 진해지는 자태가 로맨틱한 분위기와 딱 어울린다.

달콤한 향이 후각을 자극하는가 싶더니 이내 쓴 향기가 코끝에 살짝 걸린다. 맛은 약간 새콤하다고 할까. 하지만 미각이 섬세한 사람이라면 단맛과 쓴맛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장미차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준다. 또 긴장을 풀어주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장미향에 젖어 우아한 오후의 시간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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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차
달콤한 향기 가득 품은 차

그 크기만큼이나 풍성한 향기가 매력 있는 차다. 차를 담은 글라스를 바라보는 순간 하얀 목련꽃에 흠집이 생길까 봐 조심스럽게 꽃을 띄우는 안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넓고 큰 목련꽃잎은 달콤한 향기를 가득 품었다. 그 향기가 밴 차는 노란빛을 약하게 머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도와 향기는 점차 깊어간다. 첫맛은 향기처럼 달콤하고, 쌉쌀한 뒷맛은 입 안을 개운하게 정리해 준다.
목련꽃이라고 모두 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목련은 독이 있어 안 된다.

목련차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간을 맑게 한다. 또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이뇨 작용도 돕는다. 새하얀 꽃이 아름다운 목련차는 정원이 있는 찻집에서 마시기에 제격일 듯하다. 녹음과 어우러진 꽃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


청매화차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하얀 꽃잎에 푸른빛이 감도는 청매화는 매화보다 향이 진해 차로 만들기에 적당하다. 은은한 푸른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작은 찻잔에 매화꽃잎 하나가 소박하게 떠 있는 모습이 정겹다.
찻잔을 들면 상쾌한 매화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가슴속의 찌든 때까지 깨끗하게 씻겨지는 기분이다. 강하지 않은 쌉쌀한 맛은 뒤끝이 없어 좋다.

찻잔을 내려놓을 무렵에는 맛은 물론 청매화의 단아한 자태까지 가슴에 새겨지는 듯하다. 다시 청매화차를 찾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마음이 불러서일 것 같다. 청매화차는 갈증과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국화차
오감이 즐겁다


국화차는 이제 모던한 카페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된 꽃차다. 햇살 좋은 날 국화차를 앞에 두고 앉으면 세 가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화려하기보다 부드러운 황금빛에 눈이 즐겁고, 서서히 퍼지는 향기에 코가 즐겁다. 그리고 진하지만 거칠지 않은 쌉쌀한 맛에 혀가 즐겁다.
그렇게 다가온 맛과 향이 오래도록 입 안에 남는 것이 국화차의 매력이다. 혹자는 이런 국화차를 두고 ‘자연에 가까운 맛을 내는 차’라고 칭송하기도 한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봄꽃에 비해 개화 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꽃잎에 영양분이 많이 모이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차의 효능도 다양하다. 일찍이 <본초강목>에선 국화차가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노화를 방지하고 위장을 평안케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감기와 두통, 기관지염과 어지럼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요즘엔 인공 향을 첨가한 차가 많은데, 오히려 잘 만든 국화차는 그 반대라는 점을 기억해 두자.

티앙팡
물 속에서 꽃이 피다


옛날 중국에서는 찻잎으로 꽃잎을 싸서 말린 뒤 그것을 우려낼 때 물 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속도와 정도에 따라 이름을 달리 지어 부르기도 했다.
티앙팡은 녹찻잎에 국화꽃잎을 싸서 만든 차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찻잎이 펼쳐지며 그 안에서 국화 세 송이가 차례로 피어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개화의 순간을 느린 속도로 잡은 영상과 같다. 그래서 차를 마시기 전에 먼저 그 모습에 반하게 된다. 국화가 들어 있어 차 맛은 녹차보다 순하고 부드러운 편. 국화의 향과 맛이 녹차의 떫은맛을 살짝 감춰준다.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하는 녹차의 효능에 더해 앞서 말한 국화차의 효능까지 고루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웰빙과 어울리는 차다.




 


 


하이비스커스
매혹적인 붉은빛의 유혹


유럽이나 남아프리카, 중국 등지에 서식하는 하이비스커스는 소스나 젤리를 만들 때 넣거나 다른 차와 블렌딩할 때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차가 된다. 차는 주로 꽃받침 부분을 말려서 만든다. 색깔은 붉은데, 장미차보다 진하고 선명하다.
레몬처럼 신맛이 강하고 새콤한 체리 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오래 우려내면 시큼한 맛이 점점 더 강해지므로 보통 1분 정도 지난 다음 꽃잎을 건져내는 것이 좋다.

기호에 따라 과일과 함께 마시거나 꿀이나 달콤한 시럽, 설탕 등을 넣어 마시면 신맛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여름에는 차게 마셔도 좋다. 하이비스커스는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에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또 몸을 차갑게 하기 때문에 열을 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강렬한 맛과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이비스커스를 선택해 보자.


블루말로
앙증맞은 변덕의 재미


블루말로는 아욱과의 식물로 여름에 피는 푸른 꽃이 아름다운 식물이다. 끓는 물에 꽃잎을 우려내면 옅은 푸른빛의 차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꽃잎이 물에 다 적셔질 쯤에는 건져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소와 반응해 차의 색깔이 점차 검어지고 나중에는 투명해진다. 마시는 데 문제는 없지만 ‘보는 맛’이 떨어진다.
향기만 있고 생수처럼 아무 맛도 없는 것이 블루말로의 특징이다. 그럼에도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감기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약용으로 많이 쓰인다. 꾸준히 마시면 위염이나 기관지염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맛을 내기 위해서 레몬주스를 살짝 넣기도 한다. 그런데 레몬이나 오렌지 등의 산성 식품을 넣으면 마치 리트머스 종이처럼 푸른색의 차가 핑크빛으로 변한다. 이 때문에 블루말로는 ‘변덕스러운 차’라 불리기도 한다. 그 변덕이 앙증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