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모아모아

평생을 목욕하는 부인을 그린 화가

Sosahim 2006. 4. 19. 09:07

목욕 준비를 하는, 욕조에 막 들어서는, 욕조 안 물 속에 길게 누워있는, 목욕을 끝내고
분가루를 바르는 부인.....

   
 화가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 1867~1947)는 그의 동거 연인 "마르트"를 반세기에 걸쳐
 언제나 젊은 육체로 그렸다.

 "마르트"가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는 보나르와 마르트가 둘 다 죽은 후에서야 사후 재산 처리
문제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보나르가 26세 때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만난 마르트는 24세였다.
그들은 즉시 동거에 들어갔고 32년의 동거 생활 후에야 결혼 신고를 했지만 이 사실 역시 둘 다 죽은 후 보나르의 재산 상속 문제로 세상에 밝혀졌다.
보나르가 32년 동안 마르트라고 알고 있던 그녀의 법적 이름이 마리아 부르쟁임을 안 것도 결혼 신고 당시였다.
마르트라는 여인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감추고 살았다.
이런 미스터리는 자신이 자라온 19세기 프랑스 중산층을 증오하고 비사교적이며 조용한 사생활을 즐긴 보나르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 듯 싶다.

   <욕조 안의 누드>
   <목욕>

 색채 감각이 뛰어난 보나르가 본격적으로 욕실 장면에 주력을 쏟기 시작한 것은 마르트의 폐병과도 같은 증세가 심해지면서이다.
당시 그러한 증세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치료 요법은 맑은 공기와 안정, 그리고 청결함이었다.
마르트의 증세는 그 원인이 확실치 않았으며 자폐증 또는 뇌 기능의 이상이라고도 했다.
보나르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있었던 미지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자신은 물론 보나르 역시 늘 그 괴로움에 시달렸다.
 
 
 
 
 

 그녀는 가냘프고 섬세하며 화려한 새털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지만, 목소리는 거칠고 쉰 숨찬 소리였다고 한다.
또한, 겁많고 소심하며 의심에 가득 찼고 극단적으로 사람들을 꺼려해 잠시의 가까운 나들이 때도 자기 모습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마르트를 위해 보나르는 모든 것을 그녀 중심으로 각별한 배려를 했다.
그녀와의 결혼 신고 전에 이미 자신의 모든 재산을 일체 마르트에게 남긴다는 유서를 썼고,
마르트와 결혼 하기 전 그의 모델이었고 연인이며 약혼까지 했던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했다.
 그 결과로 금발의 약혼녀는 자살을 했고, 얼마 후 보나르는 거의 충동적으로 마르트와의 결혼 신고를 했다.

 
  꾸준한 전시와 파리의 화랑을 통해 보나르 그림들은 쉽게 팔렸고 일찍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연극과 발레의 무대 장치에 참여했고, 시집이나 작곡 모음집 등에도 수많은 에칭과 판화를 제작해 찬사를 받았다.

 그러한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보나르는 자동차와 현대식 욕실 외에는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다.
많은 예술가와도 친분을 가졌지만 그는 거의 고립된 생활을 하며 사생활을 철저히 지켰다.
그는 자신의 고립된 은둔 생활과 그 주변 자체를 일생 동안 그림 소재로 삼았다.

 
 <욕탕의 누드와 작은 강아지>마르트는 보나르가 이 그림을 제작 중이던 해
                                         72세로 숨을 거둔다.

  보나르가 욕조 물 속에 길게 누운 마르트의 모습을 처음으로 그린 것은, 그들이 긴 동거 생활 끝에 결혼 신고를 한 해이며 마르트가 56세 때였다
그 후 그녀가 72세로 죽을 때까지 언제나 24세의 젊은 육체로만 그렸다...

 그녀를 잃은 후 보나르는 풍경과 자신의 모습으로 시각을 옮긴다.

  아우슈비츠 등의 포로 수용소 모습에 충격 받은 후 그린 자화상

 그는 무엇을 응시하고 바라보는 행위, 거기서 발생하는 그 순간적인 느낌을 시각화하려는 노력에 일생을 바쳤다.

 "사람들이 정말 정말 볼 수 있다면, 그 전체를 볼 수 있다면, 모두 훌륭한 화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쳐다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