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공업도시이긴 하지만 외지인에게 나름의 매력꺼리가 있습니다. 외가가 부산이라서 서울 촌넘이지만 어릴적부터 고래고기를 가끔 먹었었습니다.
그런데 팔십년대 초반에 포경이 금지되고는 맛보기가 어려워 졌고.... 90년대에 접어들어 제가 돈벌이를 하게되며 서울의 고래고기집들을 여러군데 다녀봤는데.. 이거 너무 심하더라고요.. 질 나쁜 냉동고래(그나마 돌고래가 대부분)를 내놓으니 오래된 기름은 산폐되어 역한 냄새가 나고.. 대형고래와는 달리 해안 부근에 서식하는 돌고래는 폐유 등의 오염물질때문에 석유냄새 같은게 나고.. 팔십년대 중반 이후에 고래를 처음으로 드셔보신 분들은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셨을께 당연한 것일겁니다. 얼마 전에 불법으로 밍크고래를 잡아 팔려다 잡힌 어선이야기가 뉴스에 나왔었습니다. 저희가 운 좋게 그 고래를 통째로 경매받은 것을
먹어주게 되었습니다. 요건 제일 흔하고 싸고 맛이 떨어지는 돌고래입니다. 서울의 고래고깃집이라는 곳에서 맛보는 대부분의 고래고기가 요 돌고래입니다. 각 부위들.. 돌고래와 참고래, 밍크고래가 혼재되어 있군요. 고래 갈빗대.. 부끄러운 부위.. 생... 고래고기입니다. 물론 육회로 그냥 마구 먹어줘야만 한다는.. 감격해서 손이 마구 떨렸습니다. 좁은 식당내에는 여덟명이 한 번에 앉을 자리도 없고.. 아지매의 입담도 좋고 해서는 그냥 좌판에서 먹어주기로 합니다. 일단 살덩이로 한 접시.. 아까의 지방층이 얇고 껍질이 까만 돌고래와는 확연히 다른 조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이니 연장자께서 시구를 하시고 나면.. 선수들은 본게임에 들어갑니다. 싱싱한 고래 육회... 이상한 냄새 같은 것 전혀 없습니다. 질기지도 않고.. 이거로 감자탕을 끓이면.. 뼈 뽀갤려면 어른 너댓명이 필요하다는.. 지방덩이 순대가 아니라.. 고래의 창자입니다. 속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내 고래고기집의 모듬수육 중 손가락 굵기의 창자는 물론 당근 돌고래의 것입니다. 돌고래수육모듬이라는 말씀.. 저희가 우루루 몰려 서서 왁자지껄 먹어주니.. 손님들이 마구 모입니다. 상대적으로 주위의 고래집들은 한산합니다. 이 할매집이 원래부터 제일 성황이라는.. 택배나 고속버스편으로도 보내준답니다. 저희는 세 접시 육만원 먹었습니다. 양껏.. 좀 더 나은 질의 고래고기를 내는 집이 포항에 몇 집 더 있는데(당연히 가격도 훨씬 셉니다.) 그 집들 소개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내킨 김에 죽도시장 구경도 좀 하셔야죠. 통로는 좁으나 정비는 잘 된 편입니다. 섹션마다 취급품목이 다릅니다. 개상어.. 회로도 많이들 먹습니다. 서울의 잡어횟집에서도 가끔 맛볼 수 있는.. 가오리 썬텐 중.. 이게 무슨 생선일까요? 원통형 몸체에.. 등뼈의 단면이 독특합니다. 답은. 대형 상어. 경상도분들은 제삿상에도 올릴 정도로 즐기시죠. 전이나 산적으로.. 이 것은 또 뭘까요. 조겁니다.. 아니. 정확히는 한획이 더 들어가서 [개복치]...한획이 더 빠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도 계셨다는.. 한국인들은 별로 안즐기지만 일본인들은 즐기는 생선이죠. 다 큰 넘은 어른 대여섯이 올라 앉아 화투를 칠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랍니다. 육질은 상당히 부드럽다 못해 푸딩스럽습니다. 그래서 젓가락을 사용치 않고 손으로 집어 먹습니다. 어느 지방, 어느 나라를 관광가나 재래시장 구경이 제일 재미나더군요. 사람사는 냄새도 물씬할 뿐더러 먹거리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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