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티셔츠’들의 집합소인 서울 이태원 길거리 옷 가게에 요즘 새로운
‘강적’이 등장했다. 앞에는 ‘I’m not a migook’, 뒤에는 ‘미국사람 아니에요’라는 한글이 새겨진 티셔츠. 이달 중순 이태원역
스타벅스 앞 좌판에 ‘출시’돼 닷새 동안 100장이 넘게 팔려 나갔다. 이 티셔츠를 세상에 내놓은 이는 캐나다 청년 마이클 케니(31)다.
한국 생활 4년째인 케니가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불과 두 달 전. “이번 겨울에 여자 친구(권미선·29)와 호주·남미로 여행갈
돈을 마련하려 시작했어요. ‘미국인 아닌 백인’들 정서를 파고들기로 정했죠.” 마이클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옷 값은 1만5000원으로 길거리
티셔츠 치곤 비싼데도 호주·캐나다에서 온 영어학원 강사들과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재고품은 거의 남지 않는다.
둘은 매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태원에서 작은 좌판을 벌인다. 자매품격인 ‘I’m waygook’, 뒷면에 ‘외국사람’이라고 쓴 셔츠도 잘 나간다.
보자마자 옷을 산 독일인 피셔 우베(48)씨는 “한국에 여섯 번째 왔는데 미국인일 줄 알고 영어로만 말을 걸어오는 한국인들이 꼭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와, 재밌다’라며 사간 미국인들도 여럿 있지만, 한국사람은 한 장도 사지 않았다.
장사가 잘 풀리자 마이클에게는 두 가지 고민이 생겼다. 첫째 ‘짝퉁’ 걱정. 악명 높은 이태원에서 ‘짝퉁’들이 난립할 걸 고민하다 티셔츠
디자인을 특허청에 등록하기로 했지만, 절차가 워낙 복잡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둘째 고민은 사람들이 이 티셔츠를 ‘반미(反美)’와 연관시켜 보는
것. 실제 왜 이런 옷을 파느냐고 따진 미국인도 대여섯 명 있었다고 한다. “오, 절대 딴 뜻 없어요. 그냥 재미(fun)라니까요. 음, 미국
사람은 전부 코카서스 인종이지만, 코카서스 인종이 전부 미국인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한국사람들도 아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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