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어류

물고기 세계의 달리기 선수들과 그 서열

Sosahim 2006. 10. 21. 10:35


2006. 05/06 물고기 세계의 달리기 선수들과 그 서열


빠른 물고기들의 서열




‘빨리 빨리’는 대한민국의 브랜드이다. 한 때는 한국인을 비하시키는데 쓰였지만 빨리 빨리 정신으로 성공한 스토리들이 줄지어 나타남으로해서 오히려 배우려는 나라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도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것일텐데 아마 경쟁을 전제로 할 때 그럴 것이다.
경쟁이 핵심인 경기에서 보자. 축구, 야구, 농구 등 여러 경기의 감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적팀의 스피드이다. 자기 팀도 스피드 무기에 중점을 두고 훈련시킬 수 밖에 없다. 자기 팀에서 스피드가 약한 쪽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고민하는가 하면 상대 팀의 스피드가 약한 쪽을 골라 공격한다.
수중세계에서도 이 원리는 같이 통한다. 진화학상으로 우수한 적응변화도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는 빠른 스피드 쪽이 이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동물의 세계에서 속도라는 것은 몇가지 개념으로 나뉘어진다. 시간이나 분/초 당 얼마의 거리를 헤엄치는가가 그 주개념이겠지만 먹이감을 죽이는데 걸리는 시간도 속도 개념이며 위협을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속도 또는 좋은 기회를 알아차리고 준비하는 속도도 그 하나이다. 이 글에서는 헤엄속도를 기준해서 알아보고 나머지 이야기도 조금 해보자.

● 초능력의 수영능력자들 ●
전형적인 물고기의 체형은 몸의 앞부분은 주둥이 쪽으로 가면서 뾰족해지고 꼬리는 추진력이 좋도록 넓어지는 유선형이다. 이 체형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시키는 이상적인 모양이며 인간의 체형은 감히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런 어뢰형 체형들은 최고로 빠른 물고기들에게 부여되어 있는데 바로 새치류(농어목 황새치과)와 고등어과에 속하는 다랑어류(Tunas) 및 와후(Wahoo: 꼬치삼치)가 그 대표 주자들이다.
새치류 중에서 돛새치(Sailfish)는 최대 시속 112km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다랑어류는 속도도 빠르지만 장거리 수영에 천부적이어서 시속 48km로 헤엄치면서 4개월에 이동한 거리가 1만 2천 3백 2십 km로 조사된 연구가 있다.
다른 느린 물고기들은 생긴 게 제각각이다. 뱀장어, 넙치, 엔젤피쉬, 나비고비, 복어 같은 느린 물고기들은 체형이 주거환경에 적응되어 있다. 수공간을 헤엄쳐다니는 것들과는 달리 이들은 해저바닥이나 산호초 절벽의 굴이나 틈바구니 삶에 적응되어 있어서 속도보다는 위장술과 재빨리 좁은 틈 속으로 은신하는 데 필요한 동작의 섬세성이 더 중요하다.
수중동물은 공기보다 800배나 높은 밀도와 그 점성 속에서 살아야 한다. 밀도와 점도가 높으면 움직이는 데 힘이 든다. 염도까지 있는 해수는 담수보다 점도가 더 커서 담수고기보다 해수어가 더 힘들여 헤엄쳐야 동일 속도를 낼 수 있다.
물고기의 전진을 방해하는 요소는 끌림(drag)과 압력 두 가지이다. 끌림저항은 체형, 속도, 피부의 특징, 표면을 타고 흐르는 물의 속성 등 주로 4가지 요소가 종합되어 그 크기가 결정된다. 그 중에서 속도요소가 빠를수록 끌림력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아진다. 압력저항은 전진하는 동물이 앞의 물을 밀어서 갈라낼 때 들어가는 힘이다. 그 힘 크기는 거의 대부분 체형에 의해 좌우된다.
물고기의 몸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매끄럽게 흐를수록 저항이 약해서 빠르게 헤엄칠 수 있지만 어느 한계까지만 그러하다. 추호의 난수류(turbulent flow)가 없이 완벽하게 유선형으로 물이 흐르면 오히려 약간의 난수류 구석이 있는 것보다 효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난수류가 없을수록 효능이 높다.
더 유선형이고 몸체가 길수록 그 피부를 타고 흐르는 물살이 매끄럽게 흐른다. 물고기 세계에서는 바라쿠다(꼬치고기과), 옐로테일(전갱이과의 방어), 와후(고등어과의 꼬치삼치) 처럼 어뢰를 닮은 방추형이 최고의 속도를 낸다. 다른 많은 종들은 약간 변형된 방추형으로서 양 측면이 다소 들어간 모양이다. 다랑어(tunas)가 그렇고 숏핀 마코 상어(Shortfin mako shark), 오셔닉 화이트팁 상어, 실키 상어, 청새리 상어가 몸이 약간 측편된 변형 방추형의 전형들이다.
이들의 체형은 강력한 꼬리의 파워와 함께 엄청난 속도를 내는데 넓은 수공간에서 사냥감을 쫓아가 제압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빠른 물고기들은 유선형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다른 적응들도 있다. 예를 들면 다랑어류 중 많은 종들은 빠르게 헤엄칠 때 지느러미들을 몸에 파여져 있는 홈 속으로 집어넣어 그 존재를 없앤다. 여기에 더하여 비늘 밑으로부터 미끈거리는 점액을 분비하여 몸에 바르고 있다. 그레이트 바라쿠다(Great barracuda)의 경우 몸에 바른 점액막은 끌림을 60% 이상이나 상쇄시켜 준다.




방어(옐로우 테일)





상어와 가오리들은 비늘이 없는 대신 이빨이 변형된 피부치(dermal denticles)가 깔려 있다. 이 피부치들은 피부를 타고 흐르는 물길과 열을 맞추고 있는데 속도를 내면 이 피부치들이 물을 붙잡아 한 겹의 물막을 피부에 덮어씌워 줌으로써 흘러지나가는 물살과의 마찰을 줄여주어 끌림력이 약해지게 할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거의 모든 물고기들의 추진력 발원지는 주로 꼬리(지느러미)에 있다. 가만히 있다가 순식간에 속도를 내는 데는 구루퍼처럼 넓은 꼬리가 유리하다. 구루퍼들은 정지 상태에서 40분의 1초 만에 최대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순발 속도면 먹이감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길고 가느다란 꼬리는 긴 거리를 두고 경쟁할 때 유리하다. 청새리 상어, 실키 상어, 오셔닉 화이트 팁 상어가 그렇다. 이들은 꼬리가 상엽이 하엽보다 큰 비대칭형이다. 백상어, 마코 상어의 꼬리는 대칭형인데 대칭형은 짧은 시간에 좀 더 추가적인 힘을 보태 준다.
물고기의 추진력은 근육에서도 나온다. 몸 양측면의 강력한 근육을 교대로 번갈아가며 수축시키고 느슨하게하는 방법으로 추진력을 만든다.

● 빠른 것들의 순서 ●
빠른 물고기들 중 챔피온은 시속 109km인 세일피쉬(돛새치: Sailfish)이다. 낚시 스포츠에서 최고의 대결 상대로 꼽히는 것들은 모두 속도 서열표에서 꼭대기에 있는 것들이다. 맨 꼭대기 서열 다음에도 매우 빠른 물고기들이 많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더 빠른 경쟁자에게 먹힌다.
이 부류들은 모두 보트가 고속으로 달리면서 끌고가는 낚시 루어를 쫓아와 물 수 있으며 시속 56km로 도망가는 날치를 잡아먹는다.
챔피온 다음으로 서열의 두번 째 주인공은 시속 96km인 스워드피쉬(Swordfish: 황새치)이다. 스워드피쉬는 작은 물고기와 오징어를 잡아먹는다.
포유동물 중에서는 킬러웨일(Killer whale: 범고래)과 달스 돌고래(Dall’s porpoise)가 가장 빠른데 시속 55km 이다.
상어 중에서는 숏핀 마코 상어(shortfin mako shark: 한국명이 청상아리이며 블루샤크인 청새리상어와는 다른 것임.)가 시속 50km로 가장 빠른데 빠른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숏핀 마코가 순간적으로는 시속 75km의 속도를 낼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레이트 바라쿠다의 속도는 43kmph이다.

● 돌고래의 속도 ●
한 때 과학자들은 돌고래가 시속 48km로 달리는 것을 측정해 놓고 해명을 못했다. 물의 저항을 가정적으로 시뮬레이션 해놓고 육상 포유동물이 돌고래의 속도로 달리려면 현 지구상에 있는 가장 강한 근육의 10배의 파워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만한 힘이 아니라면 그 대신 피부로 흐르는 물이 완전무결하게 레미너 플로우(laminar flow: 유체역학에서 ‘층류’라 하는 것으로 흩어짐 없이 층이 되어 흐르는 것)이어야 한다.
돌고래는 그 몸 전체 피부에서 레미너 플로우, 즉 물막의 결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늦게 발견했다. 그 뒤에 또 발견한 것은 돌고래와 또 다른 고래들이 압력을 빠르게 감지하여 예민하게 피부의 신축성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 기능은 헤엄칠 때 피부의 형태를 변화시켜가면서 물막이 생기게 하여 빠르게 피부를 흐르는 물의 기세를 약화시킨다. 이 타고난 기능이 돌고래와 고래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가장 느린 씬벵이
입을 벌렸다하면 사라지는 먹이감 ●
헤엄을 못치기로 말하면 씬벵이(frogfish: 아귀목 씬벵이과)를 따를 자가 없다. 씬벵이의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이미 지느러미가 아닌 팔다리로 변해 있으며 해저를 걸어다니는데 그 속도 또한 엉금엉금이다. 그러나 위장술에는 천재급이다.
최고로 느린 대신에 번개같은 ‘입질’은 식사를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씬벵이는 낚시질에 도사이다. 머리에 낚싯대와 똑 같은 근육돌기가 붙어 있는데 끝에는 미끼 모양까지 달려 있다. 씬벵이는 이 낚싯대를 사람이 낚싯대를 흔들듯이 아래 위로 휘젓는다. 미끼가 맛있는 벌레인 줄 알고 근처에 온 물고기는 즉시 사망한다.
씬벵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입을 벌릴 수 있다. 빠른 속도의 입벌리기는 입 속에 진공력을 일으켜 순식간에 입 밖의 물을 끌어들이고 희생자는 거기에 딸려들어가 사라진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사람의 눈으로는 먹이감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쏠배감펭(lionfish), 쑤기미, 스톤피쉬 같은 것들도 씬벵이보다는 헤엄을 잘 치지만 느린 속도의 물고기들이며 순간적으로 입을 여는 방식은 같다.



● 죽이는 속도가 가장 빠른 동물 ●
딱딱한 산호, 부드러운 산호, 말미잘, 히드라, 해파리 이것들은 모두 자포동물문에 속하는 동일 가문의 후손들이다. 이 동물들은 움직이지도 못하거나 조류에 떠밀려 정처없이 돌아다닌다. 속도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죽이는 속도에서는 최고 고수이다.
자포동물의 특징은 촉수에 가진 쏘는 세포이다. 다이버들이 가장 많이 기습을 당하는 것도 이들 자포동물들에 의한 것이다. 자포동물은 쏘는 무기로 거대한 인간도 물리치고 그 방법으로 먹이도 살상시킨다.
자포동물의 자포(쏘는 세포)는 건드리거나 압력을 느끼거나 또는 특정 화학물질에 반응하여 세포 안에 내장되어 있는 독침을 발사하는데 그 소요 시간은 3천분의 1초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 중에서 반응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 독성 또한 빠른 효력을 가진다. 움직이지 못하거나 매우 느린 동물은 먹이감이든 포식자든 순식간에 기절시키거나 놀라버리게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