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동식물의 세계/어류

1급 건축기사 - 죠피쉬(한국명은 후악치)

Sosahim 2006. 10. 21. 10:34

 


1급 건축기사, 모범 가정부 - 죠피쉬(한국명은 후악치)
Jawfish


 




학명 분류 작업이 더딘 죠피쉬
죠피쉬는 아마 분류학적으로는 연구가 더디었던 것 같다. 인쇄물 어류도감들에서보면 비교적 근년에 발행된 것들까지 속명만 있고 종명이 없는 ‘sp’ 표시들이 많다. 그러나 인터넷에 있는 FishBase에 들어가 보면 죠피쉬의 학명들이 잘 업데이트되어 있어 보인다. 문제는 도록에 속명까지만 나타낸 사진이나 그림의 주인공이 학명 일람표의 어느 종에 해당되는 것인지 연결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츄어에겐 불가능하다).
여하튼 죠피쉬는 농어목 후악치과(Opistognathidae)로 정리되어 있고 4속에 60종 이상이 밝혀져 있다고도 하고 100종 이상이 확인되어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매년 신종이 추가되고 있다. 죠피쉬 식구들은 모두 바다에 살며 서대서양, 인도쪾태평양의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남해안에서 한 종이 발견되어 흑점후악치 (영명은 Nakedback jawfish: Opistognathus iyonis) 라는 한국명을 받았다.
죠피쉬류의 외관상 특징은 상대적으로 큰 머리와 큰 입, 튀어나온 눈, 머리에서 꼬리 쪽으로 가면서 점점 가늘어지는 원통형 몸이다. 뒷지느러미, 배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는 길다. 그리고 등지느러미가 등에 긴 거리로 연속되어 있어서 약간은 뱀장어 티가 난다. 그러나 다이버들은 굴 입구에서 머리 부분만 내놓고 있는 죠피쉬만 구경하기 때문에 꼬리 쪽이 뱀장어를 닮았다는 상상을 하기 어렵다. 그리고 수중사진가들도 죠피쉬의 몸 전체를 촬영해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전신이 사진에 노출된 죠피쉬 종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신 사진 촬영이 어렵다는 것은 학명 분류에도 불리한 조건일 것이다.
죠피쉬의 큰 눈은 사방으로 회전할 수 있다. 죠피쉬들은 대개 갈색이나 검은 색 계열로 칙칙한 것들이 많은데 예외적으로 예쁜 색깔들도 여럿 있다. 대부분 10cm 미만의 작은 종들이지만 더러는 50cm 또는

그 이상인 것도 있다.
죠피쉬는 대개 작은 종은 굴 밖으로 좀 더 높이 떠서 흘러가는 플랑크톤을 잡아 먹고 큰 종은 머리만

내밀고 있다가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잡아 먹는다.

뛰어난 건축기사, 지칠줄 모르는 부지런함
다이버들이 관찰하는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놀라게만 하지 않는다면 한가하게 유영하고 있거나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바닥에서 쉬고 있다. 그러나 죠피쉬는 굴을 파고, 다듬고, 보듬고, 또 추스리고 하는 일로 하루종일 바쁘다. 이들은 끊임없이 돌을 물어 나르고 모래를 불어내고 하면서 집을 매인티넌스한다. 어찌나 집을 깨끗이 잘 관리하는지 모범 가정부상을 수여받을 만할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죠피쉬의 건축기술이다. 노랑머리 죠피쉬가 집 짓는 예를 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건축술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이 새 집을 짓는 일은 다반사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집 짓는 시간은 꼬박 8시간 정도 걸린다. 먼저 지름이 약 20cm 깊이가 15cm 정도되는 웅덩이를 판다. 웅덩이 밑에 있는 큰 돌들을 기초로 하여 그 위에 축대를 쌓는데 인간의 축대처럼 건축재료들의 이빨이 정교하게 맞는다. 말하자면 옛날의 돌 우물처럼 원통형 공간을 중심으로 돌을 쌓는 식이다. 석축이 밖의 모래가 밀려들지 않을 높이로 쌓아지면 그 다음에는 밑으로 파고 내려가 깊숙이 방을 만든다. 그 방의 크기나 깊이는 더 뚫고 들어갈 수 없는 큰 돌이 나타나는 가에 달려 있다. 대개 방의 크기는 길이 25cm 높이 8cm

정도이다. 방 바닥은 고운 모래로 요를 깐다. 10cm 크기의 죠피쉬에게는 넓고 아늑한 방이다.
황혼이 다가오면 죠피쉬들은 더 분주해진다. 석축의 느슨해진 부분들을 다시 정리하고 입구 주변에 있는 돌이나 조개껍질 또는 해초 같은 것을 입으로 물어와서 입구를 봉쇄한다. 밤 사이 집 안으로 공격해

들어올 포식자는 얼마든지 있다. 이것이 밤을 편하게 지내는 방법이다.
조개껍질, 산호자갈 및 기타 잡동사니를 조합하여 굴집은 만드는 방식은 죠피쉬의 종에 따라 다소 다르다. 또한 어떤 스타일의 집을 선호하든 관계없이 그들은 모래, 돌, 조개껍질, 산호조각 등 그 재료들을 끊임없이 들어내고 다시 쌓고 한다. 또한 어떤 이웃은 옆집을 쳐들어가 건축재료를 훔쳐오기도 한다. 건축재료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나, 다른 포식자를 경계하기 위해서나 또 더 중요한 지나가는 식량을 잡아채기 위해서나 외부를 한순간의 놓침도 없이 살피고 경계하면서 하루종일 일하는 죠피쉬들은 지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죠피쉬 찾아내기
휴식 중이거나 밖을 살필 때 죠피쉬는 머리와 눈을 굴 입구의 턱 높이 이상 내밀지 않으며 굴 입구의 둘레는 머리의 크기보다 약간 더 클 정도로 작아서 암초 쪽으로 갈 생각만으로 죠피쉬들이 사는 모래밭

위를 지나가는 눈에는 죠피쉬의 근거지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죠피쉬의 굴을 발견한 경험을 한번만 얻으면 상상 외로 죠피쉬의 굴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굴 입구가 저렇게 작은데 죠피쉬가 어떻게 재빨리 집 속으로 들어가거나 또는 돌아서 나올까?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죠피쉬는 눈깜짝할 사이에 꼬리부터 굴 속으로 들어가는데 도사이다. 굴은 튜브형으로 공사되어 있고 그 길이는 보통 죠피쉬의 몸체 길이의 서너 배는 된다.
동족 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죠피쉬는 구멍을 완전히 벗어나와 위로 치솟았다가 잠시 멈춘 다음 다시 굴 속으로 급하게 돌아가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행동은 주변에 대해 궁금증이 있을 때도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다이버가 살금살금 접근해 갈 때도 이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다이버가 일정 거리 이내로 진입해오면 굴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다이버가 다시 뒤로 물러나면 죠피쉬의 얼굴이 금방 입구에 나타나고 두 눈이 분주히 밖을 살핀다.
죠피쉬는 다른 동족들과 구역적으로 동네를 이루고 사는 경향이 있다. 죠피쉬가 나타난 굴이 하나 발견된다면 그 옆에 또 다른 형제들이 있다는 뜻이다. 대서양의 플로리다, 바하마, 카리브해에 사는 노랑머리 죠피쉬(Yellowhead jawfish: Opistognathus aurifrons)는 한 지역에 특히 더 많은 개체 수가 몰려 산다. 암초 변경의 한 모래쪾자갈 자락에 50마리 이상이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노랑머리 죠피쉬는 최대 15cm 정도 자라며 상대적으로 몸이 길죽한 편이며 다른 종들이나 마찬가지로 몸은 테이퍼 타입(taper type: 몸이 원통형이면서 뒤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타입)이다. 이 종은 머리 쪽은 노랗고 밑은 허연 색에 자디잔 푸른 점들이 찍혀있고 지느러미 변두리가 파랗다.

죠피쉬에게 접근하는 요령
약 4~5m 떨어진 거리에서 정지한다. 엎드린다. 2분 정도 기다린다. 기어가는 속도를 최소한 30cm 당 20초로 하고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느리게 가야한다. 죠피쉬의 시야를 막을 수 있는 부채산호나 산호뭉치가 있으면 이런 은폐물 뒷쪽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 그러나 죠피쉬가 사는 모래바닥에는 그런 것들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게이지나 옥토퍼스 같은 장비가 바닥을 긁으면 죠피쉬가 숨어버림으로 몸에 잘 추스려야 한다.

강한 텃세
죠피쉬는 머리만 굴 밖으로 내밀고 있거나 몸 전체가 나왔으되 굴 바로 위에서 수직으로 떠있거나 하는 식으로 굴과의 근접관계를 항상 유지한다. 만약 이보다 좀 더 멀리 나간 경우에는 위험의 첫 신호만 받아도 일단 입구로 돌아오고 뚜렷한 위험이면 꼬리부터 들어가면서 굴 속으로 사라진다. 덩치가 큰 포식자들이야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비슷한 체구라면 강한 텃세를 부린다. 죠피쉬를 위협하는 동물이 무엇인지는 그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대가 불가능한 큰 포식자가 근처에 접근해오고 있으면 재빨리 굴 입구를 폐쇄하고 숨는다. 상대하기가 어중간한 적이면 도망가지는 않고 공격하는 폼을 취해 본다. 만만한 상대인 경우에는 지느러미를 활짝 펴고, 입을 크게 벌리면서 적극적으로 반격자세를 취하는데

어떤 때는 모래를 입에 넣었다가 적을 향해 던진다.
그런데, 예외적인 현상이 관찰된 예가 있다. 플로리다나 바하마 쪽 대서양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청황문절과(family Microdesmidae) 어류인 퍼그죠 웜피쉬(Pugjaw wormfish/Cerdale floridana)라는 것이 있는데 길이가 7~8cm되고 뱀장어처럼 몸이 가는 작은 물고기이다. 이 웜피쉬는 죠피쉬의 집을 허가받은 듯 출입하며 죠피쉬와 함께 굴 입구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을 정도로 서로 친하다.

그렇다고 공생하는 것 같지도 않으며 한동안 함께 있다가는 웜피쉬가 제갈길을 가버린다.

섹스는 땅 속에서
연애시기가 오면 수컷은 암컷을 자기의 굴집으로 유혹해 불러들이는데 그 시간은 황혼이나 새벽이다. 수컷이 청혼하는 대화는 굴집 위에서 몸을 강하게 흔들며 헤엄치는 것이다. 근처의 다른 굴에 사는 암컷 중에 수컷의 유혹행위를 보고 마음에 들어하는 암컷은 그녀의 집을 떠나 수컷에게 가까이 간다. 수컷은 등을 구부리고 지느러미를 활짝펴면서 구애 행위를 한다. 사랑의 발레가 끝나면 둘은 신랑의 굴집으로 들어간다. 수컷의 집 깊숙한 곳에 들어가 신방을 차리며 일이 다 끝나면 입 안에 알을 가득 담은 수컷의 머리가 굴 입구에 나타난다. 그때부터 부화할 때까지 책임은 수컷에게 있다. 알을 입에 보호하면서 키우는 것을 마우스 부루딩(mouth brooding: 구강포란)이라고 한다. 마우스 부루딩하는 물고기에 여덟 개의 과가 있는데 대부분 담수어종이다. 해수어 중에는 동갈돔 과(family Apogonidae)도 마우스 부루딩을 한다. 해외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들이 카디널피쉬(Cardinalfish)로 알고 있는 물고기가 이것이다.
수컷은 입 안의 알들이 균형있게 신선한 바닷물을 공급받도록 알을 자주 굴린다. 알 덩어리를 입 밖으로 반 쯤 밀어냈다가 다시 빨아들이는 방법으로 알들의 위치를 교대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바닥에 알을 낳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나 입으로 알에 물 바람을 불어서 산소 공급을 촉진시키는 것과 같다. 알을 품는 기간 중에 배가 고프거나 집 수리를 해야한다면 수컷은 굴 깊숙이 들어가 알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고 나와서 가능한한 빨리 일을 해결하고는 다시 들어가 알을 다시 입에 품는다. 입에 알을 품고 있는 기간은

5일~10일 정도이며 보통 한 달에 두번 내지 세번 알품기를 한다.

죠피쉬인 것처럼 보이는 샌드타일 피쉬(옥돔과 어류)
모래쪾펄 바닥에 굴을 파고 사는 물고기들은 죠피쉬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카리브해 쪽에서 다이빙하는 다이버들 중 어류지식이 부족한 다이버는 이곳에 흔히 있는 노랑머리 죠피쉬와 옥돔과 어류인 샌드 타일피쉬(Sand tilefish: Malacanthus plumieri)를 혼동한다고 한다.
위 두 종은 모두 바닥에 굴집을 파서 살며 여송연(cigar) 같이 길죽한 모양, 흰 황갈색 계열,

긴 등지느러미, 튀어나온 눈, 밖을 두리번 거리는 눈짓 등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 두 종은 헤엄칠 때 또는 떠 있을 때 바닥에 대하여 가지는 몸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서 구별된다. 샌드 타일 피쉬는 항상 바닥에 대하여 평행되게 몸을 유지하며 반대로 죠피쉬는 바닥에 대하여 항상 머리가 위 꼬리가 아래인 수직 자세를 취한다. 또한 샌드 타일피쉬의 몸 길이가 훨씬 더 큰 것도 구별되는 점이다.
샌드 타일피쉬가 죠피쉬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큰 경우에는 가끔 샌드 타일피쉬가 죠피쉬의 굴 속으로

머리를 쑤셔박은 다음 축대 자재를 도둑질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