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세상속으로

배추 끌고 산책 다니는 예술가

Sosahim 2006. 10. 25. 15:28



미국의 뉴욕아트매거진 최근호가 소개한 중국의 문제적 예술가 스토리.

행위 예술가 한 빙(Han Bing)은 2000년부터 5년 넘게 ‘배추와의 산책’ 퍼포먼스를 감행해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괴짜 예술가.

그는 마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듯 배추를 줄에 묶고 중국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베이징의 지하철, 쇼핑센터, 천안문 광장, 상하이와 광저우 도심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와 만리장성도 그와 배추가 함께 걸었던(?) 장소이다. 한 빙은 자신이 자란 인구 1천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로 찾아가 고향 사람들에게도 사랑하는 배추를 선보였다.

수년 간 지속된 그의 배추 산책 퍼포먼스는 호평을 받는다. 단 한 번도 미술관을 찾은 적이 없는 수백 만 명의 시민들에게 예술 체험을 하게 도왔다는 것. 실제로 사람들은 배추를 끌고 다니는 예술가 때문에 적잖게 놀라고 황당한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경험하게 되었다.

한 빙은 배추 산책 퍼포먼스를 자신의 일상 중 한 부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듯 틈나는 대로 배추와 나서는 것뿐이라서 자신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

물론 예술가에게는 작품 활동의 뚜렷한 목적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창의적으로 살자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싶은 것이다.

한 빙은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틀에 박힌 일상 속에 갇힌 모습을 스스로 찬찬히 뜯어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왜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지하철 속에 서 있는가, 가방을 끼고 혹은 애인을 끼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그렇게 찌그린 표정으로 길을 걷는가, 바쁜 걸음으로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매일 배추를 끌고 다니는 사람만 이상한 게 아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세상 사람들도 알고 보면 괴상하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보자고 배추 산책 예술가는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