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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아름다운 섬 '매물도'

Sosahim 2008. 8. 5. 17:39

 

 

이 보다 더 푸른 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등대를 본 적이 있는가.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새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새하얀 등대의 모습은 이국적이다 못해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느껴진다. 깎아 세운 듯 총총한 돌기둥이 천 길 낭떠러지를 이루는 섬 언덕엔 푸른 초원이 드넓게 펼쳐지고, 까만 염소떼가 그 위를 한가롭게 거닐며 풀을 뜯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가졌다는 남태평양 어느 섬 풍경이 아니다. 경남 통영 앞바다에 있는 소매물도의 등대섬 풍경이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의 이 절경은 일찍이 통영 8경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으나, 육지에서 멀고 섬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배편 사정으로 그 동안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유람선을 이용하면 쉽게 매물도를 둘러볼 수 있다. 배를 타고 섬 전체를 돌며 소매물도 관광의 백미로 꼽히는 등대섬 감상과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글씽이굴 등 천혜의 자연이 만든 대 걸작품을 두루 볼 수있다. 여유있는 일정이면 소매물도 정상인 망태봉에 올라 CF의 한 장면같은, 그림같은 등대섬의 절경을 가슴 가득 담아볼 수 있다.

매물도는 ‘메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유인도인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 등 모두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통영항에서 동남 방향으로 26㎞, 1시간30여 분 뱃길을 달리면 소매물도 선착장에 닿는다. 소매물도는 해안선의 전체 길이가 약 3㎞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선착장 왼쪽으로 나 있는 산중턱에 오르면 한려해상의 크고 작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대가 있다. 소매물도의 절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천연 전망대인 망태봉 정상. 이 곳에 오르면 바다와 하늘과 등대가 어우러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등대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소매물도를 찾고, 영화나 CF 촬영지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는 80m의 바닷길이 가로놓였는데,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면 이 바닷길이 열리는 일명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물 위로 드러난 자갈길을 걸어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있으나 밀물이 들기 시작하면 길이 사라진다. 그래서 등대섬은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소형 선박을 타고 가는 게 보통이다. 1인당 편도 5000원에서 8000원 선. 등대섬에서 나갈 시간을 미리 전해주면 그 시간에 맞춰 다시 배가 마중 나온다.

등대섬에는 소형 선박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수 있는 굴이 있는데 바로 ‘글씽이굴’이라고 한다. 동굴 천장에 옛날 진시황의 사자 서불이 글씨를 새겼다고 해서 글씽이굴이다. 등대섬은 이름 모를 들꽃이 핀 초원의 풍경이 환상적이고 이국적이다. 섬을 에워싼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하얀 등대는 어느 먼 나라 풍경을 보는 듯하다. 멀리서 바라보던 것과 또 다른 장관에 말문을 잃는다.

등대섬의 본래 이름은 해금도(海金島)지만 등대와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등대섬으로 불리게 됐다. 등대섬의 등대는 1917년 일제강점기 때 무인등대로 건립됐으나 1940년 유인등대로 전환됐다. 높이 16m에 이르는 하얀색 원형 등탑은 자태가 고풍스러울 뿐 아니라 프리즘 렌즈를 사용한 대형 등명기를 이용해 약 48km 거리까지 불빛을 비춘다.

소매물도나 등대섬은 강태공들에게도 최고의 섬이다. 굳이 따질 것 없이 섬 전체가 천혜의 갯바위 낚시터다. 봄과 여름에는 참돔, 농어, 볼락, 돌돔, 가을과 겨울에는 삼치, 감성돔 등의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가는 요령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사천IC - 남해고속도로 사천IC - 사천읍 - 33번 국도 - 고성읍 - 14번 국도 - 통영시에 이른다. 통영시 도남동 여객선터미널에서 매물도행 여객선이 수시로 출발한다.

*맛집
소매물도에는 변변한 음식점이 없다. 오랜 시간 머물 예정이면 간단한 먹을거리와 물을 반드시 챙기는 게 좋다. 선착장 주변에서 해녀들이 따 온 성게와 고동, 해삼 등 각종 해산물 정도는 맛볼 수 있다. 다솔산장(055-641-6734)이 그나마 민박을 겸한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섬에 사는 몇 되지 않는 가구에서 민박을 놓고 있으나 시설은 기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얀산장(055-642-8515), 힐하우스(055-641-7960) 등은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