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처럼 휘어진 백사장을 거느린 부남해수욕장. 오른쪽 갯바위 동산에는 해신당이 있다.
바야흐로 피서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피서지 선택을 두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실랑이를 넘어 감정적인 대립까지 생겨나면 애초의 동반피서 계획이 무산되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피서지는 크게 바다와 계곡으로 나뉜다. 그러므로 취향과 기호가 다른 사람끼리 기분 좋게 피서여행을 떠나려면 바다와 계곡이 인접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산다운 산과 바다다운 바다’를 품은 강원도 삼척은 그런 피서지로 첫손에 꼽을 만하다.
7번 국도와 나란히 이어지는 삼척 바닷가에는 물빛이 맑고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해수욕장마다 풍광과 조건, 분위기가 달라 선택 폭도 넓은 편이다. 예컨대 가슴까지 뻥 뚫리는 듯한 바다의 호쾌함을 느끼고픈 이들에게는 약 6km의 백사장과 해송숲을 끼고 있는 근덕면의 맹방해수욕장이 제격이다. 반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조용하고 오붓하게 여름 해변의 낭만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근덕면의 부남해수욕장을 찾는 것이 좋다.
부남2리에 자리한 부남해수욕장은 아담하고도 수려하다. 해수욕장은 해송 울창한 갯바위 동산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다. 북쪽 해변은 200m가량의 백사장이 반달처럼 휘어져 있고, 남쪽에는 저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갯바위들이 산재한다. 그리고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해안절벽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는 덕산항(남아포)의 등대와 방파제가 보인다.
덕풍마을 트레킹에 제격 … 양리마을 대나무숲·신흥사도 들러볼 만 하지만 부남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광이 단조롭고 식상해지면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나야 한다. 사실 후텁지근한 해풍을 한나절가량 맞다 보면 서늘하고 상쾌한 계곡물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고산준봉이 많은 삼척 땅에서 가장 깊고 인적이 드문 심산유곡은 가곡면 풍곡리의 덕풍계곡이다. 삼척과 울진의 경계를 이루는 응봉산(998m)의 서북쪽 기슭에 자리한 계곡이다. 응봉산은 해발고도가 1000m도 안 되면서 “험하기로는 설악산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산이다. 덕풍계곡과 그 상류의 용소골 역시 내설악 가야동계곡이나 지리산 칠선계곡에 뒤지지 않을 만큼 험하고도 아름다운 계곡으로 이름나 있다.
풍곡리 덕풍교 옆의 주차장에서 덕풍마을까지는 차 두 대가 비켜가기도 버거울 만큼 비좁은 찻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6km쯤 되는 이 찻길 주변의 계곡 곳곳에는 텐트를 쳐놓고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맑은 계류와 커다란 바위, 늙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진 계곡 풍광은 바라보기만 해도 삼복염천의 무더위가 달아나는 듯하다.
덕풍마을을 지나서부터 찻길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신 조붓한 오솔길과 반쯤 물에 잠긴 바위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덕풍마을 위쪽에는 깎아지른 암벽과 깊은 소(沼), 나지막한 폭포 등이 쉴새없이 나타나는 용소골이 자리잡고 있다. 용소골에는 세 개의 용소폭포가 있는데, 그중에서 덕풍마을에서 왕복 3~4시간 걸리는 제2용소까지는 계곡 트레킹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단, 장맛비나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났을 경우엔 아예 진입하지 말고, 수량이 적을 때도 노약자나 어린이는 되도록 동반하지 않는 게 좋다.
부남해수욕장에서 덕풍계곡으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근덕면 동막6리 양리마을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인 대나무숲과 신흥사라는 고찰(古刹)이 있다. 특히 신흥사에서는 수령 200년의 배롱나무와 소나무가 한 몸이 되어 자라는 진풍경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너와마을’이라 불리는 도계읍 신리마을과 문의골에는 옛 화전민의 생활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민속유물이 남아 있어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현재 신리 일대에 남은 세 채의 너와집 외에도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물레방아, 피나무로 만든 김칫독, 싸리나무를 항아리처럼 엮은 채독, 불씨를 보관하던 화티, 눈길을 걸을 때 신던 설피, 난로와 등불 구실을 겸하는 고콜, 멧돼지 사냥용 창 등은 모두 통틀어 중요민속자료 제33호로 지정되었다.
덕풍계곡 상류에 자리한 용소골의 제1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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