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볼거리가 많은 ‘무진장’ 고을로 가보자. 그런 이름을 가진 동네도 다 있었던가, 라고 생각한다면 이 지역이 초행인 사람들이다. 전북 동북쪽 산간지방에 위치한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은 전북의 지붕이라 불릴 정도로 산이 많고 지형이 험한 곳이다. 이 세 고장의 머릿글자를 따서 사람들은 ‘무진장’ 고을이라 부른다. 무진장 고을 중에서도 무주군은 특히 무진장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거기에는 아무래도 구천동 계곡이 한 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구천동은 국립공원 덕유산(1,614m)에서 설천면 삼공리까지 70리에 걸쳐 흐르는 계곡을 말한다. 구천동이라는 이름은, 구천 명이 숨어서 수도했던 곳이라 해서 구천둔이라고 했는데 거기서 구천동이 나왔다는 설과, 이 골짜기에 살던 구 씨와 천 씨의 집안싸움을 어사 박문수가 해결해준 뒤로 구천동이라 불린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정확한 자료는 없다. 계곡 입구인 나제통문을 비롯해 구절양장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파회 등 곳곳에 빼어난 비경이 자리하고 있다.
구천동 33경으로 선정된 그 절경 가운데 제1경은 나제통문이다. 산의 바위를 뚫어 만든 굴문인 나제통문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무주군은 오랫동안 경상도와 충청도와 전라도의 접경지였다. 삼국시대에는 백제땅인 적천현과 신라땅인 무산현으로 나뉘어 있었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로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땅을 가르는 경계였다. 이 처럼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로 오랜 세월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같은 군 안에서도 풍습과 문물이 다르고, 말씨마저 서로 달랐다. 지금도 설천장날에 가면 무주사람이 쓰는 말과 무풍사람이 쓰는 말이 서로 다른 걸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나제통문의 동쪽에 있는 무풍면은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피난하기 좋은 ‘십승지지’ 중의 한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같은 큰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 곳에 많은 사람들이 피난해 와 숨어 살았다고 한다. 그 후손들이 지금도 무주군의 대표적인 성 씨인 밀양 박 씨, 안동 권 씨, 문화 유 씨 등으로 살고 있다.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신풍령 정상을 지나 경남 거창까지 이어지는 국도 37번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구천동 계곡의 빼어난 절경과 곳곳에 숨쉬는 유구한 역사의 향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총연장 24km에 이른다. 차창을 활짝 열고 이 길을 따라 여유있는 드라이브를 즐겨 보자. 이른 아침이라면 안개에 쌓인 나제통문의 신비로운 모습과도 만날 수 있다.
*맛집
구천동 삼공집단시설지구에 위치한 ‘원조할매보쌈식당(063-322-2188)’은 돼지고기 편육에 고랭지채소와 보쌈김치로 유명하다. 산채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별미가든(063-322-3264)과, 표고버섯 국밥이 일품인 전주한국관(063-322-0891)도 이웃해 있다.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회덕 분기점을 지나 대전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무주·판암 방면으로 빠져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를 이용한다. 대진고속도로 무주인터체인지에서 나와 37번 국도를 타고 무주읍내 - 설천 - 무주구천동(덕유산국립공원) 입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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