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가볼만한곳

'가을' 찾아 떠나는 여행

Sosahim 2008. 10. 3. 14:01

1. 올가을 가장 먼저 단풍을만난다… 설악산 흘림골


가을 여행의 최고라면 단연 단풍여행이다. 남한 땅에서 가장 단풍이 먼저 들기 시작하는 곳이 바로 설악산. 금강산에 단풍이 시작한 지 이틀쯤 지나면 설악산의 단풍도 시작된다. 기상청은 올해 설악산의 단풍시작을 지난달 29일로, 절정은 오는 20일쯤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보통 산 전체 높이로 봐서 20%정도 단풍이 들었을 때를 ‘단풍 시작’으로, 80%정도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이번 개천절 연휴 때 설악산을 찾는다면 이제 막 시작한 단풍을 만날 수 있겠다. 대청봉 일대는 이미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흘림골과 주전골 산행길에도 드문드문 벼랑의 단풍나무 잎끝이 빨갛게 물들었다는 소식이다. 마가목은 일찌감치 새빨간 열매를 맺었다고 했다. 대청봉을 오르는 산행이야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고 올라야 하지만, 흘림골이나 주전골은 가벼운 차림으로도 가족과 함께 여행삼아 다녀올 수 있다. 특히 주전골에서 오색약수 쪽으로 내려오는 3㎞ 남짓한 코스는 부드러운 내리막이어서 1시간 정도면 내려올 수 있다.

흘림골과 주전골의 단풍은 ‘전국 최고’라는 평판을 들었지만, 지난 2006년 기록적인 수해로 계곡이 초토화된 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러나 등산로가 복구된 지 2년이 지나면서 차츰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랜 가을 가뭄으로 푸석거리는 단풍으로 실망을 안겼지만, 올 가을의 단풍은 어느 해보다 더 아름다울 것으로 기대된다. 주전골이나 흘림골 트레킹을 하려면 한계령의 동사면 쪽에서 탐방로 입구 표지판을 보고 들어가야 한다. 보통 오색약수 부근에서 택시를 타거나 식당의 승합차 등을 이용해 한계령 도로의 흘림골이나 주전골 들머리에서 내려 트레킹을 한다.

2. 황금빛 들녁·차진 갯벌…충남 서산 부석사


알려지기야 경북 영주의 부석사가 앞서지만, 충남 서산에도 부석사도 가을풍광을 따지자면 빠지지 않는다. 서산 도비산의 7분 능선쯤에 자리잡고 있는 부석사에서는 가로림만과 천수만 주위로 노랗게 익은 벼가 물결치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도비산의 높이는 해발 300m 남짓에 불과하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서해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주변을 다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가 된다.

절집에 들면 경지 정리된 가지런한 논들의 노란 빛이 선명해 마치 물감을 칠해놓은 것 같다. 절집 앞에 세운 누각과 절집 마당의 나무벤치가 가을 전망의 특급 포인트로 꼽히는 곳. 이곳에 서거나 앉으면 반듯반듯하게 끝간 데 펼쳐진 가을 논과 방조제를 쌓아 만든 부남호, 간월호, 그리고 장쾌한 바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다.

산에서 내려와 부남호와 간월호 부근으로 향하면 아직 이르긴 하지만, 하나 둘씩 찾아들기 시작한 겨울철새들과 돌아갈 차비를 하는 여름철새들의 교대모습도 볼 수 있다. 철새가 미처 당도하지 못했더라도 호숫가의 갈대 숲만으로도 아름답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서걱거리는 갈대 숲에서 마침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을 만나게 된다면, 한동안 ‘잊어지지 않을 풍경’으로 가슴에 인화될 것이 틀림없다.

서산에서는 익히 알려진 간월암의 풍광도 빼어나고, 해미읍성도 찬찬히 둘러볼 만하다. 햇볕이 비스듬히 비출때 미소가 떠오른다는 가야산 바위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은 그동안 전각에 갇혀 있어 진면목을 만날 수 없었지만, 최근 전각을 철거해 오후 나절 시간을 맞춰 찾아가면 미소가 떠오르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절집으로 테마를 맞춘다면 부석사를 거쳐,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고 물이 차면 섬이 되는 간월암과 휘어진 나무 그대로 들보로 삼은 심검당이 있는 개심사를 두루 둘러보는 코스를 택하자.

3. 가을철 별미를 따라 가는 여정… 충남 홍성


이즈음 최고의 먹을거리는 전어다. 전어가 가을 먹을거리의 지존자리에 오른 것은, 비교적 값이 헐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가을에 먹는 맛과 다른 계절에 먹는 맛이 놀랄 만큼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전어회는 다른 계절에는 푸석한 맛이지만, 기름기가 도는 가을에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다. 가을철에는 석쇠에 얹어 구워내는 전어구이도 부드러운 맛이 그만이다.

전어 못지않게 가을철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것은 대하다. 냉동 대하야 사철 맛볼 수 있지만, 펄펄 뛰는 대하의 졸깃한 맛은 이즈음에만 맛볼 수 있다. 특히 자연산 대하는 추석을 지나면서 씨알이 굵어져 이즈음이면 한손으로 움켜쥘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자란다.

전어는 산지로는 충남 서천의 홍원항이, 대하의 산지로는 충남 홍성의 남당리가 첫손으로 꼽힌다. 그러나 요즘은 먹을거리들은 경계없이 넘나든다. 매년 대하축제를 여는 남당리에서는 대하와 함께 전어도 맛볼 수 있다. 대하를 맛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모여들면서 남당항은 전어는 물론 광어 등의 신선한 횟감들도 모이고 있다. 올해 대하축제는 11월2일까지. 남당리 일대의 횟집에서는 전어회와 대하구이를 함께 차려내놓는다.

먹을거리만으로 배를 채우는 여정이 왠지 좀 허전하다 싶으면, 인근의 청양 칠갑산 자락이나 공주의 정안면 일원에서 알밤줍기 체험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에 밤농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밤 줍기 체험도 재미있지만, 주운 밤을 양파망에 가득 담아 돌아오는 기쁨도 있다. 밤줍기 체험은 개인을 받는 곳도 있지만 단체만 받는 곳이 대부분. 따라서 여행상품을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테마투어가 연휴기간에 남당리 대하축제와 알밤줍기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당일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인당 1.5kg씩 밤을 주워오는 체험료를 포함한 요금이 2만9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4. 퇴계와 함께 걷는 예던 길의 가을정취… 경북 안동


경북 안동만큼 옛 사람들의 향기가 짙은 곳이 또 있을까. 안동으로 향하는 여정은 돌담위로 가지를 뻗은 감나무에 붉은 감이 휘어질 듯 매달린 가을철이 가장 운치있다. 도산서원이며 하회마을, 병산서원, 퇴계종택 등 안동의 여행명소는 두손으로 꼽아도 모자란다. 그 중에서도 가을에 꼭 가봐야 할 곳을 꼽으라면 퇴계의 산책로인 ‘예던 길’을 들 수 있겠다. ‘예던 길’이란 ‘가던 길’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예던 길은 안동시 도산면 단천리에서 가송리 농암 이현보 종택까지 이어진 3㎞가량의 오솔길. 잘 알려지지 않아 언제 찾아가도 한적하다. 낙동강 상류를 끼고 도는 이길은 내내 강물을 따라가 운치가 그만이다. 특히 단천리의 언덕에 만들어놓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청량산이 마주 보이고 그 아래로 강물이 휘어져 있어 눈맛이 좋다. 강변으로는 월명암이며 학소대며 벽력암 등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있다. 예던 길을 따라가다보면 퇴계가 생전에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다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리 예던 길이 좋다고 해도 안동에서는 병산서원을 빼놓을 수는 없다. 병산서원으로 드는 길은 아직 비포장 흙길이다. 병산서원의 유명세로만 보자면 일찌감치 아스팔트 길이 깔렸을 법 하지만, 안동시는 병산서원을 드는 길의 정취를 망가뜨리지 않으려 여태 도로포장을 하지 않고 있다. 병산서원으로 드는 입구의 만대루에 오르면 누구든 ‘아 좋다’는 감탄사를 토하기 마련이다. 만대루에 올라 낙동강이 흐르는 모습을 보아도 좋지만, 서원 툇마루에서 앉아서 만대루의 기둥과 처마를 프레임 삼아 바라보는 경치도 좋다.

병산서원에서는 하회마을이 지척이니 이 또한 놓칠 수 없다. 내친 김에 낙동강 줄기를 따라 봉화까지 가서 청량산에 올라 퇴계가 수도하며 성리학을 집대성했다는 청량사 옆의 오산당을 들러봐도 좋겠다.

5. 은행나무 길을 따라 역사를 만나러가다… 순흥 소수서원


경북 영주의 순흥은 대개 영주의 이름난 절집인 부석사를 가는 길에 별 생각없이 들렀다 가는 곳이다. 여행자들은 은행나무 가로수가 늘어서 있는 순흥 땅을 무심히 지나치지만, 순흥 땅에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순흥은 조선시대 도호부를 둘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다. 그러나 수양대군의 동생인 금성대군이 이곳으로 귀양와 단종 복위운동을 꾀했다가 발각되면서 순흥땅은 말그대로 피바다가 됐다.

금성대군과 함께 단종복위를 모의했던 일대의 선비들은 관군에 의해 무참하게 살육됐다. 가장 번성했던 땅이 역모의 도시가 돼서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되고 만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짐짓 능청스럽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는 것도 순흥의 선비들이 자식들만이라도 멸족의 화를 피하게 하려 아이들을 다리 밑에 내다버리면서 만들어진 말이란다.

순흥에는 소수서원이 있다. 주세붕이 풍기군수로 있을 때 폐사지에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이 모태다. 주세붕이 풍기를 떠나고 퇴계가 풍기군수로 부임하면서 백운동서원은 사액서원이 됐고, 이어 명종이 노비와 전답과 서적을 하사하면서 소수서원이란 이름을 내렸다.

죽계천을 끼고 있는 소수서원은 무릎을 칠 정도로 명당자리에 들어서 있다. 서원입구의 장쾌하게 솟은 소나무도 운치를 더해준다. 순흥에는 또 문외한이 보더라도 감탄사부터 터뜨릴 만한 문살을 가진 절집 성혈사가 있다. 동자승과 연꽃, 게들이 정교하게 조각된 문살 앞에 서면 얼마나 깊은 불심이기에 이렇듯 공들여 깎아냈을까 싶다. 성혈사에 가려면 가파르고 좁은 산길을 한참을 올라야 하고, 절집도 문살을 빼면 그다지 볼품이 없지만, 문살 하나만 보러 가도 전혀 후회가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