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세상속으로

납작한 아빠와 ‘찰칵’

Sosahim 2006. 10. 2. 07:45
“엄마, ‘납작한 아빠’ 어디 있어요?” 얼마 전 개학 날 등굣길에 베일리 스미스(9·미국 메인주)양이 묻자 엄마 제시카씨가 차 트렁크에서 ‘납작한 아빠(Flat Daddy)’를 꺼내 범퍼 위에 세웠다. 군복 차림의 아빠 사진을 실물 크기로 확대해 두꺼운 마분지에 붙인 것이다. 베일리는 아버지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어 있어 대신 아빠의 ‘분신’과 개학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처럼 전쟁터로 떠난 아빠를 대신해 ‘납작한 아빠들’이 미국 가정에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전했다. 첫 등장은 2003년. 노스 다코타주의 신디 소렌슨씨가 딸(당시 13개월)을 위해 확대한 남편 사진을 프린터로 출력해 만들면서다. 덕분에 어린 딸은 휴가 때 잠깐 들르는 아빠를 용케 알아봤다. 이것이 빠르게 전파됐다.
메인주 방위군은 아예 참전 장병가족에게 ‘납작한 아빠’를 만들어 준다. 올해만 200여 개를 만들었다. 이 아빠들은 입학식 같은 가족행사는 물론, 평소 식사 시간에도 가족과 함께한다. 레이첼 오스틴(콜로라도)씨 가족도 아들의 유아원 졸업식, 삼촌 생일잔치 등 어디든 ‘납작한 아빠’를 동행한다.
‘납작한 남편’을 봐야 자신의 결혼 사실을 실감한다는 앤젤라 윌리엄스(27·알래스카)씨 같은 경우도 있다. 결혼 직후 남편을 아프간에 보내 신혼 생활이 없다. 딸을 전쟁터로 보낸 캐롤 캠벨(메인)씨는 ‘납작한 딸’을 부엌 식탁에 놓아두고 그 뒷면에 딸이 근무한 곳들의 지명을 적어둔다.